문 닫는 '야생동물 카페'…'사람 손 타던' 라쿤은 어디로?
다음 이슈 전해드립니다. 서울의 한 음식점을 어슬렁거리는 이 동물, '라쿤'입니다. 2018년 영상인데, 이렇게 라쿤들이 도심 한복판에 출몰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졌죠. 당시 라쿤부터 미어캣, 여우 같은 외래 야생동물들 직접 만지면서 음료도 마시는 이색 카페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런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이 많았습니다. 동물들끼리 싸우고 사람을 무는 등 사고가 잦았고, 동물 학대 논란에 전염병 우려도 있었죠. 규제만 피해 안전 장치도 없이 영업하다보니 사람도 동물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동물원이 아닌 시설, 그러니까 야생동물 제대로 관리 못할 곳들은 전시를 금지하는 법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됐습니다. 4년 유예기간을 뒀지만, 벌써부터 문 닫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갈 곳 없어진 동물들입니다. 수천마리 야생동물을 받아줄 곳이 부족한 겁니다.
이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손히 간식을 받아먹는 라쿤, 이름은 '갈비'입니다.
야생동물이지만, 사람 손길에 익숙합니다.
지난 8년 '동물 체험 카페'에서 지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카페가 문 닫으며 보호센터를 떠돌고 있습니다.
반 평 남짓한 철창 속 '개체번호 51번'이 됐습니다.
[갈비야.]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고개를 살짝 들더니 곧 웅크려버립니다.
밥은 주사기로 먹여줘야 겨우 넘깁니다.
[서영덕/서울시야생동물센터 수의사 :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상태로 보이고 있습니다.]
'갈비'가 있던 카페가 폐업한 건, 지난 12월 시행된 새 야생동물보호법 때문입니다.
동물원이 아니면 야생동물을 전시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그 사이 동물을 만지도록 하는 건 안 됩니다.
일부 업소의 열악한 환경에 학대 논란까지 있던 터라, 법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문을 닫게 될 업소에 전시되던 2000여 마리를 어디로 보낼 거냐는 겁니다.
[라쿤카페 관계자 : 왜 강아지들은 되는지, 우리는 왜 안 되는지. 솔직히 집에서 얘네를 7마리인데 어떻게 다 키워요?]
벌써 버려지는 동물들이 생길 거란 우려까지 나옵니다.
환경부는 일단 충남에 보호소 한 곳을 준비 중입니다.
4월 문을 여는데, 400마리 정도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 또 다른 지역에 시설 설치를 하고는 있어요.]
이미 사람 손을 타 자연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
보호시설이 넉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영상디자인 강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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