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픔, 해외문학상이 공감하다 [리터러시+]
1889년 한국민담집 美 출판
신비로운 동방 이국 문화에서
아픔 품은 한국 문학 되기까지
2024년 해외 문학상 후보작
독자적 문학으로 존중받을까
해외에 최초로 소개된 한국문학은 미국에서 1889년에 출판된 구비문학작품집 「한국민담집 Korean Tales」이다. 그 이후로는 1892년 프랑스에서 나온「Le Printemps Parfumé 춘향전」이 있다. 당시에 한국문학은 동방의 신비로운 이국 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동양을 향한 서구의 호기심이었을 뿐 존중은 없었다.
2016년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대만 작가 퉁 웨이거는 "나는 전통 한자라고 알려진 마이너한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내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언어의 심미성이나 독창성이 뛰어날수록 글로벌 콘텍스트로부터 더욱 멀어진다"며 "작가로서의 나는 결국 이 세계의 그림자"라고 고백한다.
마이너 언어로 쓰인 작품은 언제나 민족적 알레고리(총체적 은유법‧allegory)로만 평가된다는 게 그의 경험이자 진술이다. 이는 한국어도 마찬가지였다.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들이 한글을 채택해 사용한다고 하나 한글은 대한민국과 북한만이 사용하는 소수자 언어다.
하지만 한국문학의 위상이 달라졌다. 다양한 문학상에서 한국문학을 호명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의 조사 결과, 한국문학은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외서 185만부 팔렸다.
그 기간에 누적 5000부 이상 판매된 작품은 총 60종이었고 그중 27종은 누적 판매부수 1만부를 기록했다. 누적 5000부 이상 판매 종수는 2022년 조사(42종) 대비 1년 만에 무려 42.9% 증가했다. 이 판매 실적이 번역원에서 발간을 지원한 것만을 포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판매량은 그 이상일 수 있다.
문학상 역시 다수 수상했다.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미국 루시엔스트릭 번역상은 정보라 작가의 작품이 받았다.
번역원은 한국문학이 '문학 한류'의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안정적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한국문학은 이제 독자적인 문학으로 존중받는다. 또한 낯선 무언가가 아닌 출판문화의 하나로서 자리 잡았다.
2024년의 첫 달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의 시작과 함께 한국문학들이 각종 해외 유명 문학상 후보에 올랐단 소식이 들려왔다. 대부분 한국의 고유의 역사적 아픔을 다른 소설들이 주목을 받았다. 더스쿠프의 Lab.리터러가 정리했다.
작품: 「날개 환상통」
작가: 김혜순
번역: 최돈미
해외출판사: 뉴디렉션
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시‧번역부문) 최종후보
김혜순 작가의 「날개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과 바리오스 번역 부문 최종후보(쇼트리스트)에 올랐다.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은 시인 최돈미의 번역으로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023년 출간했다.
「날개 환상통」은 등단 40주년을 맞이한 그의 13번째 시집이다. 번역가 최돈미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부 작별의 공동체는 슬픔의 근원을 그려내고 있으며 그 슬픔의 근원이 한국전쟁임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적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날개 환상통」은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말 선정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포함됐으며 출간 이후 현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는 1974년 뉴욕에서 설립된 단체다. 1976년 이래 매년 픽션‧논픽션‧전기‧자서전‧시‧비평 등 분야별 영어로 쓰인 최고의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최종 수상자는 오는 3월 발표한다.
작품: 「나목」
작가: 김금숙
번역: 자넷 홍
해외출판사: 드론 앤 쿼털리
상명: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번역 부문) 1차 후보
박완서 작가의 「나목」이 김금숙 작가의 손에서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했다. 그래픽노블이란 만화책의 한 형태로,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소설 「나목」은 박완서 작가의 데뷔작으로 한국전쟁이 터진 이듬해 겨울 남측이 서울을 막 수복한 직후를 그린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으며 전쟁 속에서 잃지 않는 사랑과 인간의 본성을 말하는 이야기다.
그래픽노블은 결국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다. 그래서 김금숙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작품 탐구를 바탕으로 1950년대 서울 명동 거리와 미8군 PX, 계동 골목을 이미지를 다시 한번 재현했다. 캐릭터 역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김금숙 작가는 제주 4‧3 이야기 「지슬」,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이야기 「풀」 등 굵직한 역사 만화를 그려 왔다.
작품: 「무한화서」
작가: 이성복
번역: 허정범
해외출판사: 서브월너리 에디션
상명: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번역 부문) 1차 후보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는 시인의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대학원 시 창작 수업 내용을 471개의 아포리즘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아포리즘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명언이나 속담‧격언‧잠언 등과 같이 짧은 문장으로 진리나 교훈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시인의 궁금증과 갈망에 화답하는 작품이다. 일상에 뿌리를 둔 이성복 특유의 은유와 친근한 문체를 최대한 살려 시를 마주하고 듣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이성복 시인은 1980년대 우리 시단의 탁월한 성취라는 평을 받았다. 그의 시 세계는 해체되고 분열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한화서」는 읽기에 편한 작품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다 끝없이 실패하는 형식이 곧 시라고 믿는 이성복의 시 세계를 볼 수 있다.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
작가: 한강
번역: 최경란, 피에르 비지유
해외출판사: 그라세
상명: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후보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제주 4ㆍ3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이 비극적인 역사를 다시 살아있게 만든다. 제주 4ㆍ3 사건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민중항쟁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민중항쟁 중 하나다.
작가의 섬세한 시선은 다수의 화자의 시선으로 나뉘어 작품을 그려 나간다. 이 소설은 지난해 8월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ㆍ최경란·피에르 비지우 번역)」이란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출간한 뒤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에서 수상했다.
프랑스의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프랑스 국립동양미술관인 기메박물관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이다. 이 상은 아시아 문학을 프랑스에 더 알리기 위해 2017년에 처음으로 제정했다. 매년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한 현대 아시아 문학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작품: 「엄마들」
작가: 마영신
번역: 이현희
해외출판사: 아트라빌
상명: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최종 후보, 프랑스 앙굴렘 만화축제 공식 경쟁작
마영신 작가의 만화 엄마들은 클리셰(clichㆍ틀)를 벗어난다. 모성애와 억척스러움으로 묘사하던 기존 엄마 이미지를 벗어나 우리 삶에서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낸다. 우리 주변에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이자 시대를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헌사다.
이미 만화계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하비상 2021 '최고의 국제도서'를 수상한 바 있다. 이연희 번역으로 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2023년 출간했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은 올해 최초로 그래픽노블 분야를 신설했는데, 「엄마들」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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