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이 지냈는데 저만 살아”…현대제철 가스중독 사망자 빈소 ‘울음바다’

박소영 기자 2024. 2. 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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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먹고, 자면서 가족같이 지냈는데 저만 살았습니다."

8일 현대제철 인천공장 집단 가스중독 추정 사망자 A씨(35·남) 빈소에서 만난 B씨는 A씨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A씨 가족은 그런 B씨를 보고 같이 통곡했다.

A씨는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2분쯤 인천시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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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1시2분께 인천시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공장에서 수조청소를 하던 작업자 A씨(34·) 등 7명이 쓰러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인천소방본부 제공)2024.2.6/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서울=뉴스1) 박소영 기자 = “같이 먹고, 자면서 가족같이 지냈는데 저만 살았습니다.”

8일 현대제철 인천공장 집단 가스중독 추정 사망자 A씨(35·남) 빈소에서 만난 B씨는 A씨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A씨 가족은 그런 B씨를 보고 같이 통곡했다.

A씨 빈소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A씨는 앞서 지난 6일 오전 11시2분쯤 인천시 동구 송현동 현대제철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다. A씨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구하러 들어갔던 동료 2명은 중상을 입었고 또 다른 동료 3명도 경상을 입었다. 이들 6명은 모두 현대제철 외주업체 직원들이었다.

이 외주업체는 특수장비를 사용해 사회기반 시설의 하수도 준설공사 및 유지 보수를 하는 곳으로 직원 수가 22명인 중소기업이다.

해당 업체에서 5년간 일했던 A씨는 사교성이 좋아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도 곧잘 지냈다고 한다. 토목·건축 공사장, 공장 등 위험한 현장에서 폐수 처리 등 위험한 일을 같이 하다 보니 동료가 아닌 가족이 됐다.

A씨 상사는 C씨는 "정말 가족 같이 지냈던 A씨를 잃었고 십수년간 알고 지냈던 형들은 병상에 누워있다"며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고는 현대제철 인천공장 안 스테인리스 생산공장이 폐쇄하면서 철거를 위해 세척 후 처리 작업을 할 때 발생했다. 사고 장소는 세척 후 나온 폐수가 모이는 폐수 처리장이었다.

폐수 처리는 여러 수조에서 질산을 첨가해 중화하는 작업을 한다. 이 폐수를 흡입 차량에 모은 뒤 2차 수조로 배출하기 위해 호스를 개방했고 A씨 등이 가스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가스의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대제철 측이 작성한 안전작업허가서 등을 보면 주요 위험 요인인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을 막기 위해 안전보호구를 착용 뒤 작업하고, 30분 단위로 가스를 측정하겠다는 조치 사항이 적혀있다. 또 현대제철의 안전협의체 회의 자료에도 ‘작업 전 산소와 가스 농도 측정 철저, 방독 마스크 착용할 것’이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A씨 등은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을 뿐 방독면이나 공기 호흡기는 착용하지 않았다.

C씨는 "배출하는 과정은 사실상 작업자들에게는 휴게시간으로 쓰일 만큼 위험도가 낮은 작업이어서 여태껏 사고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방독면도 황산화수소 가스 등만 막아줄 뿐이지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 있는 안전장비가 아니다"고 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파견해 작업을 중단시키고 현대제철과 외주 청소업체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가 끝나야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맞이한 탓인지 영정사진 속 A씨는 밝은 표정이다. 영정사진을 보던 A씨 친구, 동료들은 또 눈물을 터트렸고 빈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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