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이럴 줄 몰랐나, 축구협회가 대답할 때다
3년 무직자 발탁, 과정도 불투명
“정몽규 회장 책임” 목소리 거세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유효슈팅 0개,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경기 3실점, 호주전 전반전 슈팅 0개. 클린스만호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쓴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기록들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과거 부임한 팀마다 치욕스러운 최초 기록들을 안겼다. 클린스만 감독의 과거 기록들까지 소환하면서 이런 무능력한 인물을 사령탑에 앉힌 대한축구협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국 최고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았던 2008~200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8강 1차전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뮌헨이 바르셀로나에 4골 차 이상으로 진 것은 클린스만 감독 때가 유일하다. 뮌헨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 11승2무2패로 바르셀로나에 매우 강했는데, 클린스만 사령탑 시절 1무1패로 밀렸다. 여기에 같은 시즌 독일의 축구협회(FA)컵 격인 DFB-포칼 결승전에서 레버쿠젠에 2-4로 졌다. 분데스리가에서 성적도 좋지 않던 시점에 사실상 무관을 확정한 패배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시즌 도중 경질됐고, 뮌헨은 볼프스부르크에 밀려 리그 2위에 그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 대표팀 사령탑 시절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성적 부진으로 2016년 11월 해임됐다. 미국은 새 사령탑을 앉혔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고, 결국 러시아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부터 이어져온 월드컵 본선 연속 진출 기록은 7회에서 멈췄다. 미국은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복귀했다.
클린스만은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으로 있던 2020년 2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스스로 사임을 발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였다. 감독 부임 76일 만이었다. 구단은 분데스리가 겨울 이적시장 이적료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선수단을 보강해주며 지원했지만, 그의 재임 기간 성적은 3승3무4패에 그쳤다.
이후 3년 넘게 지도자로서 무직이었던 클린스만을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한 단체가 대한축구협회다.
클린스만 감독의 역량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떤 기준으로 최종 후보가 선정되었는지, 평가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자세한 설명이 부족했다.
여기에 감독 후보를 추천한 이들이 협회로부터 들었던 기준, 이를테면 최신 축구 흐름에 밝고 첨단 분석 도구를 잘 활용할 줄 아는 인물 등 기준에 클린스만 감독이 부합하지도 않는다. 이렇다 보니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을 선호하는 정몽규 협회장이 사실상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론 못지않게 협회와 정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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