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 2심에도 법정구속 피한 조국, 형평성 논란도
일반 피고인에 비교해 '형평성' 논란도 제기
김경수·한명숙도 불구속…'정치권 특혜' 지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한재혁 기자 =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등 12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하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과거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사례가 더해지며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는 8일 뇌물수수 등 12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의 실형과 함께 6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특히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와 유감 표명을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측이 자신과 가족으로 인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 것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한 것을 짚은 것인데, 재판부로서는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피고인의 태도와 구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법정구속을 명하지는 않았다. 1·2심 소송 경과 등에 비추어 조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 보장을 위한 결정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2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되는 피고인들 다수가 법정에서 구속되는 상황인 만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장관 측이 상고한다해도 2심은 사실관계를 다투는 마지막 재판부 판단이다. 법률심인 대법원 심리를 앞둔 상황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에게 보장될 방어권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법무법인 공간의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는 "사실심이 종료되는 마당에 법률심에서 특별히 방어권을 보장할 것이 있나 싶다"면서도 "법정에 나와 출석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심이 정리된 상황에서 일반 범죄자들과 비교해 형평에 반하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이 널리 알려졌기도 하고 정치적 논란이 될 수도 있어 재판부가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이런 판단이 계속된다면 일반 국민은 '1·2심에서 징역 2~3년이 선고돼도 구속되지 않는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공식 직업을 '작가'로 밝혔다해도 그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잖은 상황이 고려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대표변호사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데, 지금 구속을 했다가는 너무 큰 파장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않았나 싶다"며 "가족이 재판에 얽혀있다보니 방어권 보장 차원으로 볼 수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라고 했다.
과거에도 정치권 인사들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적잖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2심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재판을 심리했던 서울고법에서는 그에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같은 이유로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법정에서 구속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대한 1·2심 판결이 엇갈린 점, 그가 현직 의원 신분을 가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정구속 관련 예규가 개정되면서 불구속 원칙이 공고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울러 도주 우려가 상당한 일반 피고인들과 달리 이 같은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 인사들의 상황도 일정 부분 반영된 조치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설명한다.
법원행정처는 2021년 '인신구속사무 처리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면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하도록 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옛 경험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구속을 했지만, 예규 개정 이후 상황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며 "조 전 장관의 경우 무죄를 주장하면서 사실관계뿐만 아니라 법리적인 쟁점도 다투고 있어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고 이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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