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부유한 이 세대 잡아라”…레트로 넘어 ‘뉴트로’가 뜬다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2. 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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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인구수, 2030보다 많고
집값 급등기 거쳐 소비여력 쑥
40대 가구주 작년 3분기 지출
한달 평균 500만원 넘어 최고
90년대 과자 종합선물세트 등
기업들 올 마케팅 타깃 정조준
서태지 ‘시대유감’을 리메이크한 걸그룹 에스파. [사진=SM엔터테인먼트]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 15일 X세대의 문화대통령 서태지와아이들의 ‘시대유감’을 리메이크했다. 무려 29년만에 요즘 대세 걸그룹에 의해 ‘서태지’가 부활한 것이다. 작년 8월에는 보이그룹 뉴이스트 출신 백호가 박진영의 1995년 히트곡 ‘엘리베이터’를 리메이크 했고, 보이그룹 티아이오티(TIOT)는 프리 데뷔곡 ‘백전무패’로 음원차트에 진입했다.

#KFC는 최근 1990년대 서울 사투리를 쓰는 ‘노는 언니’ 연기로 인기를 끈 배우 김아영을 광고모델로 캐스팅하고 ‘90년대’ 레트로 감성을 더한 광고로 주목을 끌었다. 롯데웰푸드는 설 명절을 앞두고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출시된 제품인 씨리얼초코·롯데샌드 파인애플·빠다코코낫·칙촉·아몬드초코볼·칸쵸·꼬깔콘 고소한맛과 군옥수수맛 총 8개 제품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를 출시했다.

X세대가 최근 소비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2010년대 초반 시작한 복고 열풍인 ‘레트로’에 이어 ‘뉴트로’ 트렌드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대를 직접 경험한 중장년층이 옛날을 회고하는 레트로와 달리, 뉴트로는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층이 신선함을 느끼면서 주도적으로 향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불경기가 이어지자 ‘불황형 마케팅’이 반복되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X세대가 주력인 1970년대생(1970~1979년생) 인구 수를 작년 말 기준 약 828만명으로 집계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되는 1960년대생(1960~1969년생)이 약 851만명으로 1970년대생보다는 23만명 많다. 상당수가 은퇴시기로 접어든 60년대생과 달리 X세대는 아직 대부분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는 중이다. 20·30대 젊은층과 비교해도 X세대는 인구 수가 더 많고, 부동산 급등기를 거치며 자산을 불렸다는 점에서 소비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50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인 가구는 493만원이었다. 반면 39세이하 가구의 월 평균 지출은 362만원, 60세 이상 가구는 267만원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도 40대가 74.4%로 가장 높고, 50대가 71%로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 가구는 70.7%, 60세 이상가구는 67.1%였다. 베이비붐 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20년 넘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X세대가 실상은 우리 경제의 최대 소비층을 형성한 세대인 것이다.

X세대 문화는 경기침체 시기를 맞아 소비자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 수록 사람들은 실제에 비해 아름답게 포장된 과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서 유통업계에서 레트로는 대표적인 불황형 마케팅으로 꼽는다. 지갑 사정이 안좋아질수록 어릴 적 맛본 과자나 10대때 즐기던 패션에는 비교적 흔쾌히 돈을 쓴다는 것이다.

롯데웰푸드 과자 종합선물세트. [사진=롯데웰푸드]
패션·식품 등에서 뚜렷한 하나의 ‘메가트렌드’가 없이 유행이 혼재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레트로 문화는 주목받는다. ‘힙’한 것을 좇는 20·30대 젊은층이 복고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변주하는 식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신인류’라 불렸던 X세대가 큰 손 역할을 자처하는 데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 역시 끊임없이 레트로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발 빠른 유통·패션업계에서는 올해 X세대를 더욱 주목해야한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4년 패션 시장 키워드로 ‘와인드업’(WINDUP)을 선정하면서, 역사상 가장 부유한 X세대(Notable Rich Generation X)를 주목했다. X세대가 전 세계 인구와 총 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이며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를 이어받을 세대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최근 X세대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의 미니멀리즘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현재 생산능력과 소득이 가장 많은 시기에 있는 X세대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보다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였음에도 지난 몇 년간 브랜드 전략이나 광고에서 소외됐다”며 “실질적 구매력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 세대를 패션업계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식품시장에서도 X세대 중요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민텔(MINTEL)은 2024년 전망을 통해 X세대의 강점으로 큰 구매력,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곧 시니어로 진입하는 연령대라는 점을 꼽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응답하라’ 시리즈, ‘슈가맨’ 등 드라마·예능에서 X세대 문화의 흥행성이 확인돼 이어지고 있다”면서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이들의 트렌드가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X세대란? X세대는 대체적으로 1970~1980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나이로는 40대부터 50반 초반까지로, 대부분이 1990년대 학번이라 ‘97세대’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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