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선 노력 반영…대학평가, 어떻게 바뀌나?
[EBS 뉴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선과 대학의 자립을 도울 지원책도 절실한 상황인데요.
내년부터는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평가가 폐지되고, 대학의 구조조정 노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고 합니다.
대학 생태계를 바꾸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강원관광대, 개교 29년 만에 폐교 확정
지금까지 문 닫은 대학만 21곳
대학 재정난 '심각'
국가장학금 끊긴 경영위기대학 '38곳'
'대학 살생부' 기본역량진단 평가 폐지
내년부터 '재정진단' 평가로 전환
운영손실 못 막고 체불임금 있는 사립대
정부 재정지원 끊는다
재정진단 결과 8월 말 발표
과감한 구조개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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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새 대학평가를 주관하는,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경영진단원의 우남규 원장 나와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정부 주도의 평가에서, 사학진흥재단의 재정진단 결과로 대학평가가 바뀝니다.
대학 입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뭡니까.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네, 대학이 크게 느끼실 주요 변화는 '재정진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첫 번째로는 진단을 위한 별도의 보고서 작성이나 타 대학과의 출혈적 경쟁이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재정진단은 사립대학이 매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할 회계연도의 결산서와 정보공시 자료를 통해 실시되기에 별도의 보고서 작성 등에 따른 추가적인 행정력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또한, 절대평가 방식입니다.
따라서 각 대학별 재정여건에 맞는 운영이 가능하다면 재정건전대학이 되는 방식이기에, 타 대학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선점해야만 우수한 평가를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두 번째로는 모든 지표가 정량적으로 측정되어 판정되는 방식이기에 정성평가로 인해 평가 결과에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였습니다.
이로써, 진단 절차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진단 결과의 수용도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많이 어려운 상황인데, 새로운 평가에서 이런 점을 반영했습니까?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올해 진단에 앞서 지난해 시범진단을 실시하면서 진단지표와 체계에 대한 공청회, 설명회 등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또한, 대학 회계 및 재정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자문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대학의 어려워지는 재정 현실을 고려해, 구조개선을 위한 선제적 조치에 의한 대학의 재정 운영 결과를 반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영위기대학에 대해서도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 계획을 마련하여 위원회의 승인을 구하게 되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대한 제재 조치가 1년 한시적으로 유예될 예정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제적 구조개선 조치로 가령, 명예퇴직으로 인한 인건비의 증가, 유휴 재산의 매각 대금에 따른 일시적 대학 재정으로의 유입이 있었다면 올해 재정진단에서는 이를 대학에 유리하게 반영됩니다.
다음으로는, 경영위기대학에 대한 회생 기회를 확대해 제공합니다.
저희가 재정진단 편람과 함께 배포해 드린 '자가진단 Tool'을 활용해, 자체진단 결과 경영위기대학으로 구분된 대학은 '자발적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수립하여 '사립대학재정진단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경우,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 제한을 2025학년도에 한하여 유예 조치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피해는 최소화하고 대학의 구조개선은 적극적으로 유도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진단 지표 중 예상운영손실률에 대한 판단 기준을 최근 데이터 기반으로 현실화하였고, 체불임금에 대한 지표 정의를 구체화하여 재정진단의 정교함과 대학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난해 경영위기대학은 모두 38곳이었습니다.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서 사정은 더 어려워졌는데요.
평가가 새로 바뀌면, 경영위기대학 수는 더 줄어들 거라고 보십니까.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학생 충원율에 따른 등록금 수입이 대학 재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립대학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신 바와 같이 학생은 줄어들고 있기에 대학 입장에서는 수입은 줄고,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와 연구학생경비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사립대학의 재정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경영위기대학 수의 증가는 자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범 진단을 통해서 대학이 재정진단을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진단에 앞선 지난해에, 각 대학에서는 자체적으로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선 답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올해 재정진단 체계도 대학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지표별 산식과 판정 기준 등을 대학에 유리하게 개선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영위기대학의 수가 다소 좀 줄어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망이 사실일지는, 5월 이후 결산서를 받아 진단을 실시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당장 내년 한 해 동안은, 위기대학에 일시적으로 회생 기회를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장기화된 재정 악화를 단 1년 만에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네, 오늘날 대학의 '경영위기' 즉 재정 악화의 주된 요인을 수입과 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수입 측면에서는 15년 이상 지속되는 등록금 동결과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의 감소로, 학생 충원에 빨간불이 켜지며 사립대학의 가장 큰 수입원인 등록금 수입이 지난 10년간 약 1조 2,000억 원이 감소하였습니다.
반면 지출 측면에서 살펴보면, 많은 대학들이 인건비 동결 및 연봉제 도입 등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및 관리운영비의 고정비성 지출은 물가상승률 등에 의해, 자연 증가를 피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AI 및 디지털 교육으로의 변화에 따른 교육환경 구축과, 사회와 산업의 변화에 따른 융복합 학문의 발달은 연구학생경비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즉, 수입은 줄고 지출은 증가하는 재정 상황이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의 앞날에 놓인 여건도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2000년대 60만 명을 넘었던 학생 수는, 향후 10년간 40만 명 대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10년 후인 2035학년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40년(약 15년 후)에는 현재보다 약 20만 명이 감소한 "학령인구 26만 명(현재의 절반 수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대학 경영의 위기 요인들은 오랜 시간 계속되고 있으며, 멀지 않은 미래에는 더욱더 암담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놓인 경영위기대학은 단 1년 만의 유예나 재정 결손에 대한 단기 처방만으로 매년 실시되는 재정진단과 앞으로 닥칠 위기를 타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학생 충원과 교육 혁신을 위한 전략적 관점의 대학 경영 체계가 구동되어야 하며, 이를 탄탄히 뒷받침할 재정의 안정을 위한 구조개선 방안의 마련과 실행은 필수적입니다.
이에 저희 재단은 올해 무상으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경영 자문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부의 기조는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학은 살리되, 부실 대학만큼은 과감히 퇴출하자는 건데요.
하지만, 국회에선 한계 대학의 퇴로를 마련한 법안들이 아직 계류 중입니다.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요?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많은 대학 관계자 분들이 모인 자리에 가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과 위상은 과거 교육의 힘이고, 이 힘의 원천은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저 역시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의 힘" 즉, 국가 경쟁력의 근본은 교육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요,
교육 경쟁력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고등교육 생태계의 안정"이 급선무입니다.
이러한 필요성과 목적에 공감해 지난 2년 전부터 국회에서는 총 4건의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을 위한 법률안'이 여야 구분 없이 발의되었고, 교육위에서 법안을 심사 중에 있습니다.
이 법안의 취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수많은 경영위기대학에 대해 재정진단과 경영 자문을 통해, 선제적 구조개선을 유도하여 회생과 퇴로를 적시에 조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또한 불가피하게 폐교를 결정한 대학에 대해서는 다양한 특례와 청산 및 파산 지원 등의 체계적인 후속조치를 통해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고자 함입니다.
지금 저희에게 앞으로의 큰 과제이자 가장 큰 현안은 바로 이 법안의 제정입니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막바지에 와 있어 회기 종료에 따른 폐기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걱정입니다만, 교육부와 함께 주요 이슈에 대한 대안 마련과 적극적인 설명으로 공감을 이끌어내 조속히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부디 고등교육 생태계에 1997년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경험했던 기업의 줄도산, 대규모 실직과 지역경제 침체와 같은 고통과 시련이 밀어닥치지 않도록, 선제적인 법적 장치를 마련해 주시길 간곡히 소망하는 바입니다.
서현아 앵커
폐교대학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도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인근 대학에 편입학을 보장하고 있지만, 5명 중 1명꼴로 편입에 실패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질적인 학습권 보호를 위해 준비하고 계신 대책이 있을까요.
우남규 대학경영진단원장 / 한국사학진흥재단
현재 대학이 폐교되는 경우라도 법적으로 조치 가능한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였습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9조에서는 폐교로 인한 학생에 대한 '특별편입학'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업을 계속하길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유사 전공이 있는 인근 대학으로 특별편입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의 경우 인근 대학 중 유사 전공을 찾기 어렵거나, 편입 희망 대학의 학과 커리큘럼이 상이한 경우, 인근 대학이라 할지라도 통학이 불가능한 사유 등으로 편입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되기도 합니다.
이에, 폐교대학 종합관리 전담기관인 저희 재단은 학생의 편입학 등록률을 제고하고자 더욱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지난해 폐교된 한국국제대부터는 사전에 교육부, 편입학 참여 대학, 재단이 공동 참여하는 입학처장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하였으며, 편입학 문의 학생들에 대한 개별 상담 등을 추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편입 희망 학생 359명 중 347명이 등록하여, 96.7%라는 높은 특별편입학 등록률을 확인했고 현재도 추가적으로 특별편입학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특별편입학 등록 인원은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재단은 대학의 지속 성장과 합리적이고 올바른 구조개선으로 "고등교육 생태계"의 안정을 꾀하고, 폐교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사립대학이 그동안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한 공로와 성과가 계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대학들이 위기에 대응해 더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내실있는 평가제도를 안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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