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도서정가제 손질 나선 정부…동네책방 위기감 고조

이수진 2024. 2. 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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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지난 21년 동안 시행돼오던 도서정가제를 정부가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영세서점의 경영을 돕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인데요.

어찌 된 일인지, 영세서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년 동안 다양한 책 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동네 책방입니다.

큰 벌이는 안 되지만 풀뿌리 독서 문화를 일구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해 왔던 일.

책방지기는 정부가 도서정가제 할인율을 늘리겠다고 한 뒤로 일이 통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동네 서점에는 할인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할만한 책도 많지 않은 데다, 영세서점끼리 할인 경쟁은 오히려 손해라는 겁니다.

[김정숙/동네 책방 운영 : "10년, 20년 넘은 서점들이 많으니까 당연히 (책) 재고가 많겠죠. 할인을 많이 한다면 그쪽(할인 서점)으로 가게 돼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는 저희가 불균형한 (경쟁)에서 따라갈 수가 없는 거죠."]

정부는 현재 15%까지만 할인할 수 있는 도서 가격을 영세서점에 한해 더 할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병극/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지난달 22일 : "어려움에 처한 영세서점의 활성화와 소비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 할인율 유연화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동네 책방들은 도서정가제 할인율 확대가 동네책방을 돕는 게 아니라 위기에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대형·온라인 서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책을 들여오는 영세서점은 할인 경쟁이 심해지면 이득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정병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 "동네 책방으로서는 겨우겨우 하루 매출이 몇만 원, 이 정도 아래에서 생존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할인 폭이 더 확대된다라고 하면 독자들은 왜 동네 서점은 할인을 막는가, 책값을 할인해 주지 않는가라는 그런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출판업계와 창작자들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풀면 출판 생태계를 보호하고 신인 작가 발굴 등 문화 다양성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선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김정배/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부교수 : "할인 경쟁에 들어갔을 때는 분명히 신인 작가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미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이 할인되고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그런 책들만 구입을 할 거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작가들이나 혹은 지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립서점들, 1인 출판사들은 사장될 수밖에 없는…."]

서점이나 출판사 규모에 따라 책 공급 가격이 다르거나 대형 서점 등에 책을 납품할 때 판매 보증금을 요구하는 비틀어진 도서 공급시스템을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완준/지역 출판사 운영 : "(도서정가제가 없어도) 큰 출판사와 큰 서점은 불리할 게 없어요. 오히려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은 불리한 거죠. 5~10%씩 더 (할인해 납품하라고) 강요받으니까요."]

서점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하고, 창작자와 중소규모 출판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도서정가제.

올해 동네 책방 지원 사업 대부분을 삭감한 정부가 영세 서점을 위해 추진하겠다는 도서정가제 개편이 누굴 위한 것인지 동네 서점들은 묻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VJ 이현권/종합편집:최승리/문자그래픽:최희태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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