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끝까지 가겠다”…하마스의 ‘역제안 휴전안’ 거부
미국, 중재 노력에 찬물 끼얹은 이스라엘에 불쾌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역제안한 ‘3단계 135일 휴전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급파하며 중재에 힘썼던 미국 정부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면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불쾌감을 숨기지 못했다. 결국 휴전 기간에 대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블링컨 장관과 회동한 뒤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완전한 승리 외엔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우리는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 석방을 위해선 군사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며 “하마스의 기이한 요구에 굴복한다면 인질들의 귀환은커녕 또 다른 대학살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가 역제안한 휴전안에 퇴짜를 놨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총 3단계에 걸친 135일간의 휴전 기간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철수를 요구했다. 하마스는 “이번 전쟁의 완전한 종료에 대한 합의도 기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스라엘 정부와 정보기관 모사드는 카타르로부터 하마스 역제안을 전달받아 검토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최종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협상 가능성을 타진했던 블링컨 장관은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중단된 인질 석방이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충분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비인간화됐다”면서도 “그것이 다른 사람을 비인간화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고 이스라엘을 에둘러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이스라엘에 대해 미국 정부가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가 휴전 기간 설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압박과 블링컨 장관의 다섯 차례 중동 방문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견해차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결국 휴전 기간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NYT도 “주요 쟁점은 휴전 기간”이라며 “하마스는 영구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역제안을 통해 ‘즉각 종전’ 요구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고, 이스라엘군도 단계적 철군 계획을 세우는 등 양측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한편 가자지구 난민 절반가량이 몰려있는 남부 국경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본격적인 공격이 임박하면서 ‘마지막 피란처’까지 잃게 된 피란민들이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날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밤새 라파 지역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팔레스타인인 2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최근 더욱 잦아지고 있는 라파 지역 공세에 이 지역 피란민들은 대대적인 공습이 임박해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앞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따라 북부에서부터 계속 밀려 내려온 난민들에게 ‘마지막 피란처’와 같은 곳이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거의 절반 가까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공세가 이뤄지면 피란민들은 더 이상 대피할 곳이 없는 상황이다. 피란민들은 또다시 위험을 무릅쓰고 강제 이주를 떠나거나, 이곳에 머물며 하염없이 공격을 기다려야 하는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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