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간척 통해 다시 갯벌로…철새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블루카본'
【 앵커멘트 】 예전에는 농사나 공장을 지을 땅을 한 뼘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 바다를 메우는 간척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또 자랑으로 알았는데요. 요즘은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땅보다 갯벌 자체에 대한 가치가 더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염전이나 양식장을 다시 갯벌로 복원하는 이른바 역간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순천만 습지에 셀 수도 없는 새들이 앉아 먹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온몸이 새카만 흑두루미입니다.
겨울마다 러시아에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철새로, 사실상 지구상 마지막 남은 흑두루미 무리입니다.
철새가 먼 거리를 이동할 땐 중간중간 쉼터가 필요한데, 바로 갯벌입니다.
전북 고창 갯벌입니다.
지금은 갯골도 보이고 철새가 쉬어가는 흔한 갯벌이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소금을 만들던 염전이었습니다.
이른바 역간척 사업을 진행한 건데, 간척지 나 염전을 다시 바다로 되돌리는 갯벌 복원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인터뷰 : 정영진 / 람사르고창갯벌센터장 - "갯벌이 예전에는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는데요. 최근에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과거 둑을 막아 새우 양식장으로 쓰던 곳 일부를 터서 바닷물을 통하게 했더니 생각보다 빠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둑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변화가 더욱 뚜렷합니다.
불과 3년 만에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는 등 갯벌 식물 28종이 출현했고, 갯벌 최상위 포식자인 흑두루미도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역간척한 염전이 기존 갯벌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생태계가 복원됐다는 의미입니다.
2018년 이후 5년 동안 간척과 해안선 정비로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의 갯벌이 사라졌습니다.
반면, 역간척으로 갯벌이 복원된 곳은 사라진 갯벌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 인터뷰 : 최정민 / 전남 순천시 해양수산연구사 - "바다는 육지와 달라서 바로 피드백(효과)이 돌아오지 않거든요. 5년 뒤 10년 뒤에 점차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통해…."
육지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그린카본'에 비해, '블루카본'이라 불리는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는 무려 50배나 빠릅니다.
현재 우리나라 갯벌은 연간 자동차 2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정화하고 있습니다.
갯벌 복원은 흑두루미를 살리자는 의미를 넘어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는 열쇠로 이어집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정민정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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