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인력 부족, 가족으로 채운다?…서사원 추진 방안에 “우려”
전문가 “공공 역할을 개인에 맡기는 퇴행” 비판 목소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서울시의회가 요구한 혁신계획의 일환으로 가족요양보호사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작용을 우려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제도를 공공돌봄 차원에서 도입하려는 것이다.
8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사원은 작년 시의회 업무보고에서 ‘혁신계획 추진현황’ 중 하나로 가족요양보호사 관리·지원사업을 중장기 과제로 보고했다. 서사원의 공적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가족요양보호사는 돌봄 대상자의 가족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돌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한 종류다.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에 9만4159명의 가족요양보호사가 있다. 전체 방문형 재가급여활동 요양보호사(32만6291명)의 28.9%가 가족인 셈이다. 서사원은 부족한 돌봄 인력을 이 가족들을 통해 채우겠다는 것이다.
서사원 관계자는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가족요양보호사 지원을 검토하려는 것”이라며 “돌봄 관련 시대 흐름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돌봄의 사회화’라는 서사원 설립 취지와 배치된다. 가족요양보호사 도입 자체가 공공이 아닌 개별 가족에게 돌봄을 떠맡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돌봄 대상자 방치 등 학대 문제, 돌봄을 정해진 시간 만큼 제공하지 않고 요양급여를 받는 부정수급 문제도 있다. 요양보호사가 가족인 경우 돌봄 대상자가 부정수급 문제를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에 가족요양보호사는 가족 생계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유튜브·블로그 등에는 ‘내 가족 돌보며 월 100만원 받는 법’ ‘4가지만 하면 가족요양급여 80만원’ 등 콘텐츠가 유통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문제로 올해부터 가족요양보호사 제도의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가족요양보호사만 모집하는 요양기관들이 있지만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는지, 부정수급은 없는지 등 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요양기관 사회복지사가 가족요양보호사 급여를 관리하게 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일부만 지급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복지 전문가들도 가족요양보호사 제도는 가능한 한 최소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가족요양보호사는 가급적 도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됐지만 지금은 전체 요양 인력의 3분의 1이 가족요양보호사로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사원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사회가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돌봄을 가정으로 퇴행시키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등 국민의힘 시의원 5명은 지난 5일 서사원을 폐지하는 내용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이 주축이 된 서울시의회는 서사원이 공공돌봄 제공이라는 설립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서사원 노조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복지부 인력 추계를 보면 2027년 요양보호사 7만5699명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사원의 역할이 중요한 때”라며 조례 폐지안 발의를 비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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