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정성과 시간의 미학…누비 명장 강명순
[KBS 창원] 천과 천 사이 솜을 놓고 누비는 바느질 땀의 간격이 더할 수 없이 섬세합니다.
[강명순/누비 명장 : "그냥 좋아요. 그냥 좋고…. 나 자신을 수련을 한다 할까, 마음이 착 가라앉고 좋아요. 그러고 보니까 전통도 지킬 수 있고…."]
한 땀 한 땀 느린 손끝으로 완성하는 한국 복식문화의 정수.
손누비는 정성과 시간의 결실입니다.
진주의 한 침선 공방.
강명순 씨는 40년 넘게 우리 옷을 지은 한복기능사입니다.
한복이 사양길로 접어들 무렵 무형문화재 김혜자 누비장에게 배운 누비로 전통 복식을 재현하고 있죠.
[강명순/누비 명장 : "옛날 복식 그대로입니다. (아이를) 갓 낳았을 때는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그다음에 백일이 되면 깃 달린 저고리하고 풍차바지를 입히고 아기가 옛날에는 빨리 단명을 했잖아요. 이게 하나의 정성이에요. 오래 살라고…."]
손누비로 지은 옷은 따뜻한 데다 솔기가 없어서 편안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자랑하는데요.
천연 염색한 명주에 얇은 솜을 놓고 0.5mm 간격으로 누빈 액주름포 제작 기간은 6개월.
연결 자국 없이 안과 밖이 똑같습니다.
[강명순/누비 명장 : "이쪽에 대면 이렇게 입을 수가 있고 또 그냥 그대로 입을 수도 있고 그래서 누비는 안과 밖이 없고, 지금 입고 있는 두루마기는 기계 재봉 누비입니다. 손누비는 입었을 때 촉감이 좋고 따뜻하고 또 편안하고 그렇습니다."]
좁게는 0.3mm 간격까지, 곧고 일정한 손누비는 전 공정이 수작업인데요.
누빔 간격이 좁을수록 고도의 집중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강명순/누비 명장 : "내가 이걸 연필로 그려가면서 이건 2cm 간격이고 이 재킷은 1cm 간격, 이 양장 재킷도 1cm 간격입니다. 그리고 얘는 치마거든요. 0.7입니다. 당위는 0.5cm."]
천부터 누벼서 옷을 만드는 기계 누비와 달리 전통 누비는 형태를 먼저 만들어 솜을 넣고 뒤집어서 누빕니다.
천이 밀리지 않게 시침한 뒤에도 핀으로 촘촘하게 고정해야 틀어짐이 없죠.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바늘과 한 몸을 이룬 굽은 손끝이 누비에 쏟은 정성을 말해주는데요.
일흔일곱에도 쉴 줄 모르는 명장의 손은 마디마디 성한 곳이 없습니다.
[강명순/누비 명장 : "이게 안 들어가잖아요. 여기가 아파서…. 그래서 이걸 만들어서 끼고 바늘을 쥐고 손가락이 아프니까 얘도 끼고 얘도 끼고…."]
손끝 매운 어머니의 자수에서 바느질의 계보가 보이는데요.
할머니의 솜씨를 잇는 어머니의 누비 작업을 딸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김지혜/강명순 명장 딸 : "굉장히 오래 걸리고 지난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요.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몇 달씩 걸리거든요. 굉장히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40년 바느질이 물릴 법도 한데 강명순 씨는 부지런히 누비와 요즘 옷을 접목하며 새로운 작품을 고민합니다.
[강명순/누비 명장 : "이렇게 양장 식으로 누빌 수 있습니다. 전통만 고수할 게 아니고 손누비는 현대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퓨전도 할 수 있다, 자꾸 새로운 걸 자꾸 하고 싶어요. 방한모라든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애용할 수 있는 그런 걸 한번 해 봤으면 싶어요."]
반듯한 직선의 누비로 부드러운 곡선의 옷을 짓는 손.
[강명순/누비 명장 : "누가 할 사람이 없어요. 이게 너무 인내하니까 요즘 사람들이 바쁘잖아요. 이 힘든 걸 왜 하느냐고. 그런데 나는 좋아서 하잖아요."]
세상의 속도에 아랑곳하지 않는 손끝에서 정성과 시간의 멋이 완성됩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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