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수수료 잭팟' 놓친 삼성증권, 오히려 평판 리스크 노출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부터 HMM 매각까지 주요 딜 연이어 실패
딜 흥행 위해 무리하게 주주간 계약 수정 제안 독려…협상 깨진 원인으로 꼽히기도
HMM 매각 작업이 무산되면서 매각 주관 업무를 맡은 삼성증권도 울상을 짓고 있다. 최대 518억원으로 책정된 매각 자문 수수료를 한 푼도 챙기지 못하게 되면서다. 수수료를 받지 못한 것보다 더 뼈아픈 건 매각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주관사인 삼성증권의 업계 평판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HMM 매각 불발이 삼성증권의 향후 일감 수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년 간 일하고도 한 푼도 못 받아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JKL파트너스와 정부 측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증권의 매각 자문 업무도 사실상 종료됐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월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HMM 매각 자문 계약을 맺었다. 당시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외국계 IB는 물론 KB증권, NH투자증권 등 쟁쟁한 경쟁사를 제치고 삼성증권이 매각 주관 업무를 따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조원 규모의 '빅딜'이었던 만큼 HMM 매각 자문 수수료는 최대 518억원으로 책정됐다. 삼성증권이 희망 수수료를 정확히 얼마로 써내 자문 업무를 따냈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업계에선 400억~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가 매각이 성사될 때 지급된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나라장터를 통해 HMM 매각 자문 용역수행기관 선정 공고를 낼 때부터 '매각이 무산되면 수수료는 지급되지 않으며, 자문사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삼성증권은 1년 여간 핵심 인력을 투입해 HMM 매각 자문 업무를 돕고도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공들였던 주요 딜 연이어 실패
HMM 매각 자문을 계기로 'IB 명가'로 다시 거듭나겠다던 삼성증권의 목표에도 차질이 생겼다. 토종 IB 강자로 군림하던 삼성증권은 2021년 말 9년간 삼성증권 IB 사업을 이끌어온 신원정 IB부문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차기 리더로 꼽히던 임병일 부사장도 삼성전자로 이동하는 등 주요 인력이 이탈하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위기의 삼성증권의 구원투수로 기용된 게 이재현 IB1부문장(부사장)이다. 삼성증권은 2022년 9월 골드만삭스 출신인 이 부사장을 영입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이 부사장이 부임한 뒤 삼성증권은 IB업계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자문과 HMM 매각 자문 등 시장에서 화제가 되는 빅딜을 연이어 수임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 부사장의 전략에 따라 YTN 매각 자문을 포기하는 등 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삼성증권이 자문한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삼성증권이 하이브 편에 서면서 SM엔터를 놓고 맞붙은 카카오의 일감을 추후에 얻기도 어려워졌다. 여기에 더해 1년여 간 진행한 HMM 매각까지 최종 불발되면서 지난해 공을 들인 주요 딜들이 연이어 깨졌다.
인수 후보군에게 항의 공문까지 받아
업계에선 HMM 매각 불발로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날린 것보다 평판에 금이 간 게 삼성증권에 더 치명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수 측은 물론 매각 측도 주관사인 삼성증권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우선 매각 작업의 첫 단추인 인수 후보군을 끌어모으는 역할부터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매각 측의 기대와 달리 주요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HMM 매각전은 시작부터 김이 빠졌다.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본입찰 단계에서 인수 후보군들에게 "잔여 영구채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시하라"고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를 유치하고, 매각 구조와 전략을 수립하는 게 매각 자문사의 핵심 역량"이라며 "HMM 딜 자체가 난도가 높은 것도 맞지만 여러 측면에서 삼성증권이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군으로부터 항의 공문을 받기도 했다. HMM이 인수 후보자들의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자 인수 후보군 중 한 곳이 참다못해 공문을 보내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실사를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인수 후보군의 요청에 대응하는 등 실사 업무 총괄 역시 매각 자문사의 주요 역할이다.
HMM 매각이 불발되는 직접적인 요인을 삼성증권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본입찰 단계에서 인수 후보군에게 주주 간 계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정 제안을 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정 제안은 협상의 과정이므로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었다.
실상은 다르게 흘러갔다. 하림이 제시한 수정 제안 내용이 밖으로 새어 나갔고, 경쟁 후보인 동원은 하림이 제시한 요구를 받아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하림이 제시한 수정 제안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주주 간 계약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하림이 요구한 수정 제안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양보를 거듭하던 하림은 결국 "이런 식의 굴욕적인 계약은 할 수 없다"며 HMM 인수를 포기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본입찰 단계에서 제안한 수정 제안 내용이 딜이 깨질 정도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컸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 매각 측이 다시 수정 제안을 해 조율하는 리마크업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런 과정도 생략됐다"며 "동원도 수정 제안 과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삼성증권이 중간 조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MM 매각 불발로 향후 삼성증권이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를 따내는 데 어려움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주관사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소통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HMM 매각 측 핵심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일처리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며 "외국계 IB와의 역량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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