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법, 근본 문제 놔둔 채 ‘감세’만 거론
전문가들 “기업 실적 뒷받침·주주환원 조치가 급선무”
세 완화 땐 단타족 투기 행태 빈번…규제 시각도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조세 규제 제거’를 강조했다. 주식투자와 관련한 세금을 낮춰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고, 주주환원 조치 및 지배구조 개선이 뒤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조세를 단지 ‘규제’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자산 형성을 위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기 위해 조세제도에 의한 규제적 측면을 제거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증시 부양을 위한 각종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사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502만명에서 1424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급증했는데, 그만큼 ‘개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도 밝힌 상태다. 또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도 예고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시행,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등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주주환원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가 개편된다고 하면 일부 영향은 미치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의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주주환원이나 기업 밸류에이션(가치) 제고에 비해 세제는 부수적인 문제”라면서 “금투세 폐지도 사실상 ‘부자 감세’에 가깝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세를 완화할 경우 오히려 ‘장기투자’ 문화의 정착을 방해할 수 있다. 세제 부담이 낮아지면 이른바 ‘단타족’을 비롯한 투기적 투자 행태가 빈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권거래세 부담이 없어지면 고빈도 매매 확대 등 단기적 투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론 증시 저평가에 도리어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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