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디올백을 ‘파우치’로 부른다고 진실이 가려지나”…윤 대통령 ‘대담’ 후폭풍

“윤 대통령, 사건 본질엔 해명 안 해” 누리꾼 비판 봇물
‘아메리칸 파이’ 등 놓고 “대통령 띄워주기·홍보영상”
현안 관련 날카로운 질문 없어…KBS 향한 쓴소리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박장범 앵커의 질문을 받고 있다. KBS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을 담은 지난 7일 밤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을 놓고 누리꾼과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 기사 댓글창에는 전날 방송을 통해 접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해, 생방송이 아닌 사전녹화 방송이라는 형식과 대담을 진행한 KBS에 대한 비판 등이 넘쳐났다.

“명품백 수수 논란에 사과는 없었고 변명뿐이었다”거나 “대담이 아닌 대통령 홍보영상이었네”와 같은 비판적 반응이 눈에 띄었다.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없었다” “대통령 띄워주기가 콘셉트”라는 방송 형식에 관한 예리한 지적도 많았다.

특히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KBS 측 질문과 윤 대통령의 설명을 두고는 “본질을 흐리는 질의응답”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대담을 진행한 박장범 KBS 기자는 해당 사안을 질의하면서 “이른바 파우치 문제”라고 했는데, 이를 향한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5)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이 어떤 브랜드의 명품백인지도 다 아는 사건을 ‘파우치’라고 한 것은 사건 의미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면서 “대통령 말을 요약하면 ‘정치 공작이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없게 하겠다’인데 정작 사과가 없으니 해명도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김영철씨(62)는 “‘명품백을 왜 받았느냐’는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다. 디올백을 ‘파우치’로 부른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나”라고 했다.

엑스(옛 트위터) 등 SNS에서도 “명품백을 파우치라고 부르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고 한다” “(방문자가) 막무가내로 보자보자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다는 뉘앙스인데 하나 마나 한 말잔치” 등 반응이 나왔다. 대담 유튜브 영상에는 “앞으로 민형사상 일을 저질러놓고 ‘매정하지 못해서’라고 하면 정상참작될 수 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책·현안과 관련한 대담 내용에 대해서도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씨는 “일자리, 청년 문제에 진솔한 답을 기대했는데 ‘규제를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알맹이 없는 답변을 듣고 실망했다”며 “원론적인 얘기만 강조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하겠다는 계획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사전녹화 방송·특정 언론 1개사와의 대담 등 방송 형식에 대한 비판도 줄줄이 이어졌다. 방송 중간 한·미 정상회담 때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영상이 나오는 등 ‘대통령 띄워주기’ 같은 방송이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성모씨(25)는 “국민과 소통하려면 여러 언론사를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었어야 했는데, 최근 사장이 바뀐 KBS와 단독으로 녹화 대담을 했다”며 “내용도 일방적 해명에 국정 홍보를 위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SNS에서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질문 하나 없고 답변도 기존 정책 소개에 추상적 내용뿐” “KBS 사장 교체한 보람 있으실 듯”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노래 얼마나 자주 부르는지도 알아야 하나”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내용은 아쉽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표모씨(76)는 “(명품백 논란에 대해)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일단 사과하고 ‘그런데 억울한 점도 있다’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이 아쉽다”면서도 “대담을 안 한 것보다는 나았다. 정치는 소통이 중요하니 앞으로 주기적으로 특정 주제에 관해 토론을 통해 의견을 드러내면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