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지목한 '괴물'은? 감독이 직접 밝혔다 [정지은의 무비이슈다]
미나토, 지우개 줍다 멈춘 이유? 명장면에 담긴 의도
'괴물' 엔딩곡에 숨겨진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메시지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평범한' 사람들의 '괴물 찾기'에 집중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시의성으로 국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작품이 있다. 바로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이다. 아동 학대와 교권 추락 등의 소재를 다룬 영화 '괴물'은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를 의심하게 된 엄마가 학교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50만 누적 관객 수를 돌파하며 일본 실사 영화 흥행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있는 '괴물', 이에 서울경제스타는 내한한 그를 직접 만나 '괴물'이 품고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아동학대→교권추락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괴물'은 최근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교권 추락 및 아동 학대를 소재로 삼고 있는 시의성이 짙은 작품이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일과 비슷한 경험을 언급하며 "'괴물'이 프랑스에서 개봉할 때도 프랑스에서 있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피해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영화를 기획했던 것은 2018년 2월로 코로나 전에 플롯이 나왔지만 촬영하고 난 후 개봉하기까지의 시기까지 전 세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다"라며 비단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한 국가만의 일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괴물'이 그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사회를 상징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을 기획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포기하고 '괴물'이라고 치부하는 상황이 여러 군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더불어 그는 각본을 담당한 사카모토 유지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는 이 시대를 먼저 읽고 위기의식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상황을 예견하고 쓴 것이 지금 사회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각본가의 재능이 대단한 것 같다"고 극찬했다.
◇미나토는 왜 지우개를 줍지 않았나...명장면 비하인드 ='괴물' 속에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괴물'에서는 미나토(쿠로카와 소야)가 바닥에 떨어진 지우개를 줍다가 동작을 멈추는 장면이 등장한다. 엄마가 집을 잠시 비웠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동작을 멈춘 채로 있는 미나토를 보고 다시금 엄마는 학교에서 미나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의심을 가지게 된다.
이 장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관객들도 같이 느끼게 하고 싶은 의미에서 나온 전반부의 장면이다"라며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미나토의 감정은 주우려고 하는 자세에 이어 자신이 쓴 글을 지우개로 지우려는 장면에서도 보인다. (연기 디렉션으로) 동작으로 감정을 치환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괴물'에서 단연 화제였던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 'Aqua'가 흘러나오는 엔딩 장면에 대한 비하인드도 밝혔다. 그는 "포스터처럼 뛰어가다가 돌아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을 엔딩으로 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Aqua'라는 곡을 입혔을 때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가는 것이 두 소년을 축복하는 느낌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선생님의 딸이 태어났을 때 축복의 의미를 담은 노래가 'Aqua'라고 들었다. 새 생명을 축복하려는 뜻을 의식해서 그려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지목한 '괴물'은 누구? = '괴물'은 작품을 보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추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괴물'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저마다 다양했다. 요리(히이라기 히나타)를 폭행하는 아버지, 혹은 자신의 손녀딸을 죽인 듯 보이는 교장 선생님을 '괴물'로 지목하거나 여러 사람들의 교차되는 시점을 보며 장면마다 또 다른 '괴물'을 지목하는 관객 자체를 '괴물'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그는 "요리의 아버지나 교장 선생님 같은 인간성을 잃어버린 존재를 '괴물' 같다고 지칭하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사람들보다도 주인공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사람들은 가까운 엄마나 부모와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 속에서 부모와 선생이 하는 '평범한', '남자다운' 등의 단어 선택을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한', '남자다운' 같은 말을 한다. 동조 압력,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는 TV에서 나오는 유명 연예인의 유행어를 흉내 내며 요리를 놀리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런 아이들이 지금의 사회를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어른들의 가치관이 아이들에게 스며든 것이다. 아이들 자체가 나빠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어른들이 아이들을 스스로 '괴물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인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많은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 속 숨겨진 의도를 밝혔다.
더불어 그는 '괴물 찾기'를 하는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자신이 요리의 아빠나 교장 선생님 같은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엄마나 선생님 같은 사람이라 생각할 것 같다. '평범한', '일반적인'과 같은 말을 담고 살아가면서 주변에서 '괴물 찾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편집 과정을 통해 쓰지 않았던 앞서 말한 (아이들이 멈춰서 관객들을 바라보는) 엔딩에서 관객들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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