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빠진 대담…설 민심에 ‘기름’
“법 위에 군림, 오만”
야당선 일제히 비판
여당, 옹호 분위기 속
“안 하느니만 못했다”
내부선 ‘아쉬움’ 표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 특별대담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사과·유감을 표하지 않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8일 “뻔뻔한 변명”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 등 비판이 이어졌다. 여당에선 대통령을 옹호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설 전에 명품가방 이슈를 매듭지으려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설 연휴 밥상머리에서 악재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몰카 공작 운운하는 뻔뻔한 변명은 국민의 심판을 부를 뿐”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 정책조정회의에서 “뇌물성 명품백 불법 수수 문제를 아쉽다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오만”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사 시절 영부인 대하듯 수사했으면 스타검사 윤석열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의 정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박정하 수석대변인), “발목잡기를 중단하라”(정희용 원내대변인) 등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여당 내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공개 발언도 나왔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섯 글자로 ‘아쉽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KBS와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고 아쉽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말 명품가방을 받는 동영상이 공개된 후 2개월여 만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몰카 공작 피해자’라는 기존 여권의 인식을 되풀이했고, 김 여사가 공인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인정에 호소해 해명하려 했다. 받은 가방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은 없었고,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제2부속실을 두고 “예방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
전국에서 모인 가족들의 민심이 섞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비판거리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오전에 지역구 시장과 경로당에서 대통령이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혼이 났다”며 “대통령이 대담을 안 했으면 설 연휴 때 클린스만(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욕먹는 건데,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설 연휴 전 성난 민심을 잠재울 목적이었겠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은 윤 대통령이 오히려 기름만 부은 꼴”이라고 밝혔다.
조미덥·조문희·탁지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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