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정통 '포스코맨' 발탁 …"미래도전·조직안정 역량 갖춰"
차기 회장 최종 후보 장인화
2회연속 회장 후보에 올라
외부출신 3명과 치열한 경합
엔지니어 출신 철강 전문가
이차전지등 신사업 기틀 마련
中추격 따돌릴 성장성 과제로
"화합 리더십 갖춘 덕장" 평가
노사갈등 봉합·조직안정 기대
관록의 '정통 포스코맨'으로 꼽히는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68)이 포스코그룹 차기 사령탑으로 선정되면서 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철강과 신사업 분야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장 회장 후보는 신무역규제와 글로벌 기후 위기 등 산업 지형 변화 속에서 그룹을 재건하고 내부 안정과 단합을 이룰 수 있는 최적임자로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약 6년 만에 엔지니어 출신으로 수장 교체가 이뤄지면서 포스코그룹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그룹의 모태 산업인 철강업이 해외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고, 저탄소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사업도 정체기를 걷고 있어 밸류체인 수급 안정성을 다지는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8일 포스코그룹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지난 7~8일 차기 회장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한 끝에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파이널리스트에 오른 후보들 중 최고령이었지만 산업 전문성과 리더십 부문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후추위는 장 후보에 대해 "미래의 도전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으며, 그룹의 핵심 사업과 개선점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실현해낼 수 있는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 후보가 글로벌 전략 구상과 함께 기술 중심의 혁신을 주도하고 그룹 내부의 조직문화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장 후보는 철강과 신사업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18년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했던 포스코의 철강부문 수장으로 활동하며 신사업과 마케팅,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사업 전반을 경험했다.
포스코 재임 시절 인공지능(AI) 신기술을 이용한 제철소 스마트팩토리 체계를 구축해 국내 기업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등대공장' 선정을 주도하며 그룹 핵심인 철강사업 경쟁력을 높였다.
신사업 부문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리튬을 포함한 양·음극재 중심으로 재편하며 2차전지소재와 원료 중심의 그룹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사측 대표로 활동하며 노조와 협상에 성공한 이력도 있어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장 후보는 사장 시절에도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의 행보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자하고 넉넉한 성품으로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덕장형 리더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주주총회 이후 현재까지 포스코 자문역을 수행하면서 경영 현안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장 후보는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으로 입사한 후 RIST 강구조연구소장, 포스코신사업실장,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2018년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후에는 CEO 후보에 올라 당시 최정우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최종 2인에 오르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이 다시 엔지니어 출신 CEO를 선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간 재무통인 최정우 회장을 제외하면 포스코는 오랜 기간 '서울대·엔지니어 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 왔다. 포스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본업인 철강 사업뿐 아니라 저탄소 체제, 미래소재 등 기술적인 이해도와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은 정치적 외풍으로 시끄러웠던 역대 회장 인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기 회장 유력 후보를 둘러싸고 무수한 풍문이 쏟아졌다. 포스코홀딩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후추위의 '외유성 출장'이 도마에 오르면서 완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있었다.
논란 속에서도 후추위는 포스코 전현직 출신을 중심으로 최종 후보군을 구성했던 전통을 깨고 후보 절반을 외부 출신으로 올리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포스코 내부와 외부 출신이 3대3으로 갈리면서 순혈주의가 깨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올지 주목되기도 했지만 후추위는 조직 안정성과 조직문화 이해도, 전문성을 우선해 내부 출신을 최종 후보로 선택했다.
다음달 수장 교체가 확정되면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차기 CEO 선임 과정 중임을 고려해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그룹사 사장단 인사와 포스코홀딩스 임원 인사를 최소화한 바 있다.
정부와의 갈등 봉합도 숙제다. 정권 교체 이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포스코 회장은 어김없이 대통령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포스코 패싱'이 반복되고 있다. 최정우 회장도 현 정권과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경제순방단에 잇따라 누락됐고, 매년 진행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최정우 회장이 올해까지 2년 연속 불참하게 돼 불편한 관계임을 짐작하게 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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