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파티 시작됐나…연준, 금리 인하 늦을수록 좋은 이유[오미주]
미국 증시가 AI(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잇단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판으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서버 제조업체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와 소셜 미디어 회사인 메타 플랫폼, AI 데이터 분석업체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은 '몬스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하룻만에 20~30%씩 뛰었다.
7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에는 미국에 상장된 영국 반도체 디자인 회사인 Arm이 반도체산업 전반적으로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20% 가까이 급등했다.
문제는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당수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호조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올라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성장세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미 향후 수년간의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 주가는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락 리스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AI 관련주들은 주가가 최근 1년 사이에 2배, 3배는 물론 8배, 9배까지 폭등해 버블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월가 대표적인 강세론자 중의 한 명인 야데니 리서치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는 최근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강세장이 이미 멜트업(meltup) 단계에 들어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에서 멜트업이란 랠리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 투자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예상치 못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과열되는 것을 뜻한다.
강세론자인 야데니가 보기에도 현재 증시는 AI에 대한 열광으로 과도하게 뜨거워져 버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무엇보다도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조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를 원하지만 너무 이른 금리 인하는 증시에 버블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 야데니의 진단이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연준이 오히려 금리 인하를 늦추는 것이 증시를 버블화하지 않고 꾸준하고 장기적인 강세로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0년대 내내 고공행진 하던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 침체를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까지 끌어내리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데니는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에 성공했다고 판단해 금리를 서둘러 인하했다가는 안 그래도 달아오르고 있는 증시를 더 가열시켜 버블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런 전 연준 의장이 1996년에 언급한 '이상 과열'이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개인 자금 2조3000억달러, 기관 자금 3조600억달러 등 총 6조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야데니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이 자금 중 상당 금액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주가를 급등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증시에 자금 유입이 급증하면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오르며 버블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그리고 버블이 터지면 경기 침체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야데니는 연준의 가장 최근 큰 실수는 2021년과 2022년초 인플레이션 급등에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에 저지를 수 있는 큰 실수는 증시 버블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피하려면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2020년대는 생산성 향상이 주도하는 1920년대식 호황이 아니라 기술주가 주도하는 1990년대식 파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아직까지는 버블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는 지난해 초 이후 주가가 4.8배 급등하면서 1990년대 말 시스코 시스템즈와 비교된다.
시스코는 닷컴버블로 네트워킹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1997년 말부터 닷컴버블 붕괴가 시작된 2000년 3월까지 주가가 8배 폭등했다가 폭락했다.
이에 대해 야데니는 "엔비디아가 오늘날의 시스코일까?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 주가가 붕괴되기까지 아직 엄청난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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