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만 혹사’ 클린스만 축구, 2년 뒤 월드컵이 더 걱정이다

김민기 기자 2024. 2. 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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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은 지나갔다. 아쉬움이 남지만 이젠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2년 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이번 아시안컵을 계기로 숙제가 쌓였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시아 지역에는 출전권 8.5장이 배정됐다.

일단 용병술. 선수 명단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게 감독 책임이다. 이번엔 긴 토너먼트 일정 전체를 조망하면서 선수들 컨디션과 체력을 안배하는 게 부족했다. 전체 선수 중 김주성(24·서울), 김지수(20·브렌트퍼드), 이순민(30·대전), 문선민(32·전북), 송범근(27·쇼난 벨마레) 5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A매치(국가 대항전) 70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수비수 김진수(32·전북)는 1경기 교체 출전(15분)에 그쳤다. 그는 “(교체로 나섰던) 말레이시아전 이후로 단 한 번도 아팠던 적은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경기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K리그 베스트 11에 이름 올린 노련한 수비수다.

주요 경쟁국인 카타르나 일본은 1~2명을 제외하곤 선수 전원을 가동했다. 일본 2명은 후보 골키퍼들이었다. 사실상 모두 경기를 뛴 셈이다. 이번 대회 선수 정원은 26명. 보통 국제 대회는 23명이던 게 3명 늘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20~21명으로 스스로 제한한 셈이다. “쓰지도 않을 선수를 왜 데려갔느냐” “백업 요원에 대한 고민은 충실하게 한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 이면에는 손흥민(32·토트넘),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 등 일부 주축 선수들 혹사가 뒤따랐다. 그 여파는 4강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클린스만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6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 감독에 취임한 지 1년 동안 선발 11명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행을 확정 짓는다 해도 핵심 주전들 나이가 걸린다. 2년 뒤 손흥민은 34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1996년생 라인도 30세에 접어든다. 30세 이후에도 전성기를 유지하는 축구 선수는 드물다. 지금처럼 일부 핵심 선수에 의존하면서 “해줘”식 축구를 이어간다면 2026 월드컵에선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새 얼굴을 발굴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통해 한국 축구 경쟁력 기반을 다져놓는 게 국가 대표 감독 임무다. 다양한 유망주들을 기용해 큰 경기 경험을 쌓도록 해야 ‘세대교체’ 첫 단추가 꿰어진다. 경기 중 교체 역시 감독이 단행할 수 있는 쇄신의 출발점이자 윤활유다. 야구에서 투수 교체 시점이나 대타 기용을 통한 흐름 전환 등이 감독 전술 요체로 평가되는 이유와 비슷하다. 클린스만은 지난 1년 이런 과제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주로 국외에 머물렀고 “차두리 코치가 K리그를 본다”는 말이 나왔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사람(선수)을 직접 보고 만나야 하는 축구에서 원격으로 근무한다는 건 난센스다. 전례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경기.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2.06

국가대표 승선은 한국 축구 선수들 꿈이자 목표다. 이만한 동기 부여가 없다. 이정효(49) 광주 감독은 작년 9월 제자였던 이순민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며 반긴 바 있다. 국가대표 경기 경험이 선수가 또 한 번 도약을 하는 자양분 역할을 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순민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클린스만은 K리거들을 중용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내 리그 발전 없이 국가대표 경쟁력은 올라가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장기 비전이 있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김대길 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이 자신의 방법이 틀렸다는 걸 알고, 그 방향을 바꾸느냐에 한국 축구 미래가 달렸다”고 했다. 만약 감독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칼을 빼들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는 위약금 문제로도 머리가 아프다.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경우 축구협회가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6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코치진 등에 대한 위약금까지 감안하면 금액은 100억원을 넘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명확하지 않은 감독 선임 이유에 위약금 문제까지 겹치며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래저래 ‘클린스만 딜레마’에 발목잡힌 한국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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