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떡국 혹은 그것의 방정식

내 또래의 경상도 특히 부산 친구들 영어 발음이 약간 엉망인 건 억센 사투리 탓이다. 영어보다도 수학 공부할 때 더 자주 사용했던 말, ‘이꼬루’ 혹은 ‘이꼴’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확하게 철자를 적으면 equal, 현지식에 가급적 가깝게 발음하면 이퀄. “두 식 또는 두 수가 같음을 나타내는 부호(=)를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이 기호는 수학의 방정식에 약방의 감초처럼 꼭 필요했다. 예를 들어, 일차방정식 ‘x+1=4’는 ‘엑스 더하기 일 이꼬루 사’로 읽은 뒤 부리나케 x의 값을 찾아 볼펜을 굴려야 했던 것.
돌이켜 보면 미지수 엑스는 중학생이던 나의 생활에 불쑥 뛰어들었다. 그 이후 무시로 난입하는 저 복면한 괴한을 떨쳐내느라 애쓴 시간의 총합, 다시 말해 저 오리무중을 적분한 것이 곧 한 장으로 요약되는 내 이력서이다. 지금도 x를 찾아서 방황하지만 여전히 엑스는 엑스. 이 난감한 x가 있는 한, 내 무거운 일생은 긴장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
평행하는 철조망을 한 폭 짧게 끊은 듯한 이퀄이니 이런 것도 있다. 강원도의 어느 아찔한 뼝대. 세상을 등지는 이는 마지막으로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한다고 한다. 물속으로 뛰어들 때도 마찬가지라서 두 척의 돛단배를 나란히 정렬시킨다고 한다. 이곳과 그곳의 아득한 심연을 잇는 밧줄처럼 이퀄(=)을 적어놓는 것.
탄광촌. 가장이 도시락을 옆구리에 끼고 출근하면, 아내는 구두 한 결레를 =, 이꼬루처럼 섬돌 위에 얼른 올려놓았다고 한다. 그 코끝이 집을 향하게 함으로써 오늘도 무사히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시라는 염원을 애틋하게 표현하는 것.
방정식을 푸는 요령은 모든 숫자나 기호는 좌변으로 옮기고 우변을 제로, 0, 커다란 구멍으로 만들면서 시작한다. 이는 모든 문제나 욕망이란 결국 이꼬루를 건너 제로로 수렴된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우변과 좌변을 평평한 저울처럼 균형을 맞춘 뒤 미지수만 남겨놓고 정리하면 정답이 툭 뛰어나온다. x=그것, 엑스 이꼬루 그것. 무릇 일생의 방정식이 이와 같도다!
이제 몇번 남았는가, 나의 새해. 갑진년의 첫 아침상을 받는다. 오늘따라 떡국은 0, 제로를 닮았고 그 옆의 나란한 젓가락은 =, 이꼬루를 빼닮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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