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자동차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집안 모임 등 ‘전통적’ 의미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안 했고 아이가 없고, 결정적으로 운전을 못한다. 나이 50에도 운전을 안 하면 자동차를 거절하는 결심 따위 뭉개지고 덜 떨어진 사람이 된다. 여태 80세 넘은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탄다.그런데 요즘 운전 연수를 하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는 커피차 ‘쓰레기없다방’을 위해 전기차 트럭을 뽑았기 때문이다.
왜 운전을 안 했는지 8시간 연속 필리버스터 스타일로 말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통장 잔액과 행복,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랄까. 미국 설문조사 결과 도시 외곽에 살며 긴 통근 거리를 운전하는 사람일수록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심지어 자원봉사나 정치 참여도도 낮고 이혼 확률은 높다. 반대로 통근이 즐겁다고 가장 많이 답한 집단이 도보와 자전거 통근자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주택가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녹지 광장을 만든 ‘슈퍼블록’을 도입했는데, 슈퍼블록 내 정신 건강 치료와 항우울제 사용이 13% 감소했다.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1년간 모든 백열전구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등으로 교체해 감소시킨 탄소배출량은 일주일간 자동차를 안 타고 줄인 탄소배출량과 같다.
개인의 의지로만 되는 일은 아니다. 대중교통이 없다시피 한 발리 같은 곳이나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버스가 다니는 시골에서는 오토바이라도 굴려야 한다. 귀촌한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차를 장만해야만 했다. 도시 외곽에 조성된 산업 단지나 베드타운 신도시 등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멀어지고 수도권에 인구가 쏠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건 다 아는 이야기지만 요즘 해도 해도 너무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대중교통비가 오르는 사이 유류세 인하는 연장되었다. 휘발유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나 유류세를 깎아준다. 물가인상 때문에 대중교통비를 올려야 한다면서 물가인상으로 살기 힘드니 유류세라도 깎아줘야 한단다. 자동차에 부과되었던 건강보험료가 폐지된다. 차 있는 사람만 보험료가 줄어든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해 차가 다니게 했고, 양쪽 방향 차량에 모두 부과하던 남산 혼잡통행료를 축소해 한 방향에만 부과한다.
기후위기 시대, 다른 나라들은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획기적인 대중교통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2041년까지, 미국 뉴욕은 2050년까지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이용률을 8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도시를 바꾸는 중이다. 독일은 9유로(1만3000원) 무제한 교통패스를 도입해 한 달에 30만~50만t의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추산한다. 그래서 말인데 탄소 저감은 누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번 정부에 묻고 싶다.
최근 전남 목포에서 버스를 탔더니 청소년 버스요금을 100원으로 내렸다 한다. 유류세를 낮추는 대신 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든지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자동차에 더 높은 건강보험료와 탄소세를 부과하되 대중교통 정기 이용자와 하루 1만보 이상 도보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줄 수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열심히 유산소 운동을 한 분들 아닌가. 4·10 총선에서 발칙한 정책을 보고 싶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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