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내려가나 싶더니 ‘훌쩍’, 이제부터 오를 시간.. 휘발유 1,700원 바라보는데, 유류세 ‘올려? 말아?’ “설 지나면”
제주.. 휘발유·경유 1,700원·1,600원 등
당분간 유가 부담.. 유류세 추이 ‘촉각’
“물가 부담 감안할 때 가능성도 커”
4개월 이상 하락세가 이어졌던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이달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속되는 국제 유가 상승 속에 국내 주유소 판매 휘발유와 경유 평균 가격이 이미 1,600원· 1,500원대로 진입하면서 당분간 상승 흐름을 내다보며 기름값 부담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졌는데, 때마침 유류세 인하 연장 시점이 맞물렸습니다.
대규모 세수 감수가 부담이라고 하지만 계속 유가가 오른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추가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연장 향방을 둘러싼 정책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두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빠르면 설 연휴를 지나, 다음 주중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방향이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대 물가 안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현 상황에선 정책 결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란 전망도 지배적입니다.
당초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내려갈 것이란 정부 관측에도 불구하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지속되면서 2년 연속 세수 결손 역시 상당해진 때문에 감세 상황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 역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600.73원으로 전일보다 2.36원 올랐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1,600원대 진입하기는 지난해 12월 13일(1,602.56원) 이후 약 2개월 만입니다.
서울(1,690원)과 제주(1,688원)는 평균 가격이 1,700원을 바라보는가 하면 강원(1,614원), 충북(1,608원), 경기(1,606원)는 1,600원을 넘었고 충남(1,600원)과 인천(1,600원)이 1,600원, 나머지 지역도 1,500원 후반으로 사실상 1,600원에 근접했습니다.
경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평균 가격이 1,505.2원으로 전일보다 2.00원이 오른 가운데 서울이 1,603원으로 가장 비쌌고 제주가 1,596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강원(1,522원), 인천(1,510원),
충북(1,510원), 세종(1,508원), 충남(1,505원)으로 1,500원을 넘었고 나머지 지역들도 1,400원대 후반을 보이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의 경우, 제주시가 휘발유·경유가 1,694원·1,609원, 서귀포시가 1,674원·1,570원으로 이미 휘발유는 1,700원, 경유도 1,600원 안팎 수준을 보이는 상황입니다.
국내 휘발유·경유 주간 평균 주유소 판매가격은 10월 둘째 주 하락세로 돌아선 후 17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상황입니다.
국제 유가는 요르단 주둔 미군 사망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4.5%로 상향 조정한 영향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5주째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15.3원 상승한 L당 1,579원을 기록했습니다.
중동 분쟁 긴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글로벌 공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부각하면서 유가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친이란 세력에 맞서 보복성 공격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오름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7.36달러,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1.96달러로 각각 작년 11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유류업계 관계자는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주 정도 지나 국내 주요소 판매가격에 반영돼,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관련해 정부나 업계 안팎에서는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한 차례 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세수와 물가 등 여러 요인 등을 분석해 정책 판단이 내려지겠지만, 기름값 상승에 따른 추가 물가 충격 완화를 위해선 2개월 이상 연장 가능성이 크다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또 당장 인하 조치를 중단할 경우, 휘발유 등 기름값 부담이 상당 폭 커지는게 뻔해 2%대로 내려앉은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설 것이란 우려도 큰 탓입니다.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유류세가 37% 낮아진 상태로,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는 L당 205원, 경유는 212원 각각 오르게 됩니다.
정부는 2021년 11월 첫 유류세 인하를 시작으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조치를 이어가면서 현재까지 7번 연장했습니다. 2021년 11월(20% 인하)부터 시작해 2022년 5~6월 30%, 7~12월 37% 인하하는 등 폭을 키워왔습니다. 인하 조치가 시행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14개월 동안 세수 감소 폭은 9조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세수 결손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발생했습니다.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기는 2012~2014년에 이어 9년 만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온게 국세 수입을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인하 조치 종료에 무게가 실리기도 합니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을 권고하는 상황이라, 일각에선 대안으로 종료 대신 인하 폭 축소 등을 제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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