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판매 전쟁에 기업 가치 치솟는 보험대리점
상품 판매 경쟁에 GA사 몸값 상승
설계사 영입 경쟁 심화로 GA사도 골머리
보험사들의 판매 경쟁이 가열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의 기업 가치가 치솟고 있다. GA사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상품 판매를 전담하는 업체를 말하는데, 최근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증시에 상장된 일부 대형사의 경우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8일 코스닥시장에서 대형 GA인 인카금융서비스는 전날보다 0.1% 하락한 1만8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며칠간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1월 2일 주가(6570원)와 비교하면 최근 1년여간 3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7만4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7.9% 상승했다. 한화생명은 2640원에서 3645원으로 38.1% 올랐다. GA사인 인카금융서비스의 주가 상승 폭이 대형 보험사들을 크게 웃돈 것이다. 보험사들의 주가는 최근 증시에서 저평가 업종으로 자금이 몰려 며칠간 급등했지만, 지난달까지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했다.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만3470명의 보험설계사를 갖춘 국내 최대 GA사다. 장기 보험 상품의 비교추천서비스와 자동차 관련 서비스 플랫폼인 ‘카링’을 운영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1% 급증한 392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7억원으로 26.4%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크게 개선된 GA사는 인카금융서비스뿐이 아니다. 40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GA사인 에이플러스에셋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늘었다. 영업이익도 108.2% 급증한 116억원을 기록했다.
GA사의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의 장기보장성 보험 판매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IFRS17에서는 새 보험 계약의 미래 기대 수익을 처음에는 부채로 인식하지만, 계약이 계속 유지되면 시가 기준에 맞춰 부채를 줄인다. 따라서 계약 기간이 긴 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회계상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GA사에 지급하는 시책(판매촉진비)을 늘리면서 장기보장성 상품을 판매하는데 집중해 왔다.
최근 보험사들이 영업력 확대를 위해 GA사 인수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GA사의 몸값이 뛰는데 영향을 미쳤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판매 전담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후 이듬해 대형 GA사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재미를 봤다. 피플라이프는 인수될 당시 약 4000명의 설계사를 보유했던 곳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피플라이프를 합친 후 1년 만에 설계사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서면서, 2만9000여명의 전속 설계사를 둔 삼성생명을 추격하는 수준까지 덩치를 키웠다.
흥국생명도 지난해 판매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해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어 AIA생명도 자회사형 GA사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보험사들이 판매 전담 자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어, 곧 GA사를 추가 인수하는데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랜 기간 전속설계사 제도를 고수해 왔던 삼성생명도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GA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GA업계에서도 최근 설계사 영입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늘고 있어 향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22년 토스의 GA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가 대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설계사 영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설계사가 1000명이 넘어섰다고 발표한 토스인슈어런스는 3년 안에 5000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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