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라고 고사라도 지내나

이본영 기자 2024. 2. 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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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미군기지에서 미군 3명이 숨지자 공화당 상원의원 여럿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자고 했다.

수도 테헤란과 이란 지도부를 때리자는 요구까지 나왔다.

이란이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근거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과 직접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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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이 이날 오전 11시께 북쪽 서해상으로 발사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는 합동참모본부 발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이본영 |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28일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미군기지에서 미군 3명이 숨지자 공화당 상원의원 여럿이 이란을 직접 타격하자고 했다. 수도 테헤란과 이란 지도부를 때리자는 요구까지 나왔다. 이란이 공격에 직접 개입했다는 근거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과 직접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구였다.

자국 군인들이 희생됐으니 격분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상원의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주장을 쏟아내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것이다. 자신들은 안보 문제에 단호하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력하다고 비난하고도 싶었을 것이다. 미국이 또 다른 전쟁의 수렁에 빠지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략적으로 보면 강경론이 그들에게는 합리적 선택이다.

세계 어디서든 안보 매파들은 전쟁을 쉽게 얘기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대북 발언을 듣자면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미국의 2022년 ‘핵 태세 검토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북한 정권 종말”은 무시로 쓰이는 말이 됐다. 미국 국방부에 저작권료라도 내야 하지 싶다. 또 윤 대통령은 북한에 “상응하는” 대응을 한다는 기존 표현을 뛰어넘어 “몇배로 응징”하겠다고 했다. 신 장관은 “평화를 해치는 망동을 한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파멸의 지옥뿐”이라고 했다.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최후의 전쟁터 아마겟돈이 한반도에서 펼쳐질 것만 같은 종말론적 표현들이 횡행한다.

북한의 거친 언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강도가 더 세지기는 했다. 더 궁금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험한 말을 쏟아내느냐다. 정치사를 보면 선거에 용의점을 둘 수도 있겠다. 보수세력은 긴장 고조의 혜택을 보곤 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도 의심이 간다.

그런데 정부가 안심하라며 내놓는 말에 더 불안해진다는 시민들도 많은 듯하다. 왜 그럴까? 우선 충돌은 대체로 ‘네 탓 공방’이 거칠어지다 일어난다는 것을 사람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점도 있을 것이다. 신뢰를 못 받는 사람은 큰소리칠수록 더 신뢰를 잃는 법이다. 미국의 경우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말은 빠뜨리지 않는다. 대화가 안 되는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다. 그러나 지나친 긴장 고조는 피하고 싶다는 뜻도 담은 표현이다.

불안의 뿌리에는 이 나라 지도자들의 극단적으로 무책임했던 과거에 대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전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이승만 대통령이 명령만 내리면 북진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했다. 이들은 막상 38선이 뚫리자 국군이 잘 막고 있다고 거짓말하고는 한강 다리를 끊고 내뺐다. 민중의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말하는 “북한 정권 종말”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썼다면 남한에는 이미 지옥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때 가서 북한 정권의 종말을 본댔자 얼마나 의미가 있나. 그런 말이나 복명복창하는 것에 열중하지 말고 서로의 종말을 시도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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