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尹장모 가석방 보도 '신속심의 예고'는 "전략적 봉쇄 효과"
연합뉴스 "MBC, 신속 심의안건 절차 거쳐 이르면 이달 심의 예상"
위원 3분의 1 이상 제의 필요한 신속심의… 아직 리스트 전달 안돼
야권 방심위원 "신속심의 공표해 보도 확산 막는 효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JTBC 김건희 명품백 보도, MBC 윤석열 장모 가석방 보도 등 민원 접수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신속심의'를 예고하는 기사가 사안의 확산을 방지하는 '봉쇄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보도 시점엔 아직 신속심의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던 상태였다.
연합뉴스는 지난 7일 <방심위, '정부 尹장모 가석방 추진' MBC 보도 민원 접수> 기사에서 “(방심위는) 'MBC 뉴스데스크' 5일 방송분에 대한 민원을 총 6건 접수했다고 밝혔다”며 “방심위는 신속 심의안건 선정 절차를 거쳐서 이르면 이달 안에 방송심의소위원회 심의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해당 방송은 아직 신속심의 절차에 돌입하지 않았다. 신속심의에 착수하기 위해선 방통심의위원 3분의 1 이상의 제의(혹은 위원장 단독부의)가 필요하다. 심의부서가 검토한 방송 리스트가 위원들에 전달되고 신속심의 여부를 위원들이 체크하는 방식이다. 8일 오전 기준 신속심의 여부를 묻는 리스트가 아직 위원들에 전달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 심의인 지난 6일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해 10월에 방송된 신속심의 안건을 3개월여 만에 처리했다.
방통심의위는 현재 여야 6대1 구조라 정부가 공식 반박한 MBC 윤석열 장모 가석방 보도는 추후 신속심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속심의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위원 3분의1 제의(혹은 위원장 단독부의)를 단정하는 것은 정치심의 논란을 부추기는 셈이다. 5기 방통심의위(류희림 위원장) 체제 이전에는 신속심의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었다.
지난해 11월30일 나왔던 세계일보 <방심위, JTBC 김건희 여사 명품백 보도 긴급심의 안건으로>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세계일보는 “방심위는 함정취재로 논란이 된 서울의소리의 유튜브 영상을 사용한 JTBC 뉴스룸에 대해 긴급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김 여사 명품백 관련 보도를 한 JTBC 뉴스룸에 대해 심의신고가 잇따른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신고가 잇따른다'고 썼지만 해당 시점엔 JTBC 김건희 명품백 보도에 대한 민원이 1건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연히 신속심의 절차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통심의위지부는 세계일보 보도에 성명을 내고 “명백한 오보였다. JTBC에 대한 심의신고는 세계일보 보도 당시 방심위 홈페이지에 단 한 건 등록되었을 뿐, 해당 민원은 민원상담팀과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조차 되지 않았었다”며 “반복되는 오보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취재원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특정 언론이 지속적으로 신속심의를 강조하는 것이 특정 취재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여야 6대1 구조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심의 보이콧을 진행하고 있는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더 이상 이런 보도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한 두 언론사를 통해 (방송을) 신속심의하겠다고 공표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사안이 확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현재 방통심의위의 신속심의 제도는 '전략적 봉쇄소송'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정치인이나 기업들이 자신들에 불리한 보도가 퍼지는 걸 막기 위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처럼 우선적으로 신속심의를 공표하는 것”이라며 “공표하는 순간 다른 언론사들이 사안 다루기를 꺼리게 된다. 신속심의는 자의적 심의로 흐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방송에 대한 '신속심의'를 결정할 당시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이태원 참사와 같이 피해자들의 인권 침해 우려 상황 등에 대해 극히 제한적으로 긴급심의(신속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다른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긴급 심의를 하기 시작하면 방통심의위가 외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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