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몽니에 휴전 '헛바퀴' 텔아비브 민심도 "하마스 섬멸"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2. 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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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김상준 기자
가자전쟁 현지 르포
가자지구 철수 놓고 평행선
이라크·시리아서도 국지전
블링컨은 "충돌도 협상 과정"

"얼른 다시 가자지구 전선으로 돌아가 동료들 곁에서 하마스와 싸우고 싶다."

7일 밤(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서 만난 스무 살 군인 벤자민은 왼쪽 다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개시한 지난해 10월 말 선봉에 서서 가자지구에 침투했다. 포병인 그는 탱크에 타고 보병들이 진입할 경로를 만드는 임무를 수행했다.

가자지구에 진입한 지 2주일쯤 지난 지난해 11월 초, 그는 전투 중 무릎을 다쳐 텔아비브로 옮겨졌다. 벤자민은 20㎝는 돼 보이는 거대한 수술 자국을 가리키며 "여기가 모두 철심이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다"며 "다리를 잃은 동료도 있고, 아예 죽은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며 곧 부대에 복귀 신청을 낸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텔아비브 민심은 여전히 '휴전 반대'에 쏠려 있다. 7일 전쟁 발발 이후 다섯 번째로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노력에도 휴전안은 합의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앞서 하마스는 '135일간의 휴전'을 제안하면서 100여 명의 인질 석방 조건으로 수감자 1500명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석방될 수감자 중 500명은 직접 지명하겠다고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완전한 승리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집권 세력의 강경한 태도는 이스라엘 현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텔아비브에서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고 있는 아란(56)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하마스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시도했다"며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항상 결말은 이스라엘이 테러를 당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약 12㎞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 아슈켈론에 살면서 텔아비브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 시갈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돌려받기 위해 테러를 감행했다.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질 협상의 결과 하마스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 등이 풀려난 점을 거론했다.

대부분 이스라엘인은 인질들의 생환을 촉구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은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대계 이스라엘 성인 47%는 '인질 귀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60%가 '팔레스타인 주요 죄수를 석방하고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중단하는 등의 대가를 치러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극단적인 목소리들이 힘을 얻기 쉬운 환경이다. 텔아비브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는 로만(48)은 "네타냐후 총리가 옳다. 테러리스트들을 지역 밖으로 몰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란은 "가자지구 사람들은 '10월 7일 테러'에 책임이 있다. 그들이 하마스를 지지해 가자지구를 통치하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측 라파에 대한 공격도 준비 중이다. 라파에는 100만여 명의 피란민이 머물고 있어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라파에 민간인을 '인간 방패' 삼아 테러를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도 친이란 세력과의 국지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지휘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동부 알오마르유전의 미군기지에 로켓이 날아들었고, 미군이 급히 대응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링컨 장관은 휴전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는 현 상황은 협상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며 "이건 전등 스위치를 켜듯 '예'와 '아니요'로 나오는 게 아니며, 하마스의 답신에는 논의가 시작조차 될 수 없는 것이 포함돼 있지만 우리는 협상을 추구하려고 돌려보낸 것들에서 여지를 보고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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