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줄 삼켜 항문으로…새끼 바다거북 결국 폐사
■ 폐그물에 걸렸다 구조됐던 푸른바다거북…결국 폐사
국제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 새끼가 발견된 건 지난 4일. 서귀포시 운진항 인근 수심 16m 수중에서 다이빙하던 잠수부가 폐그물에 걸려 발버둥 치던 어린 거북이를 발견해 구조했습니다.
몸길이 42cm, 서너 살로 추정되는 어린 푸른바다거북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항문에는 긴 낚싯줄이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버려진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를 먹었다가 몸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끼 거북은 제주지역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옮겨졌지만 사흘만인 어제(7일) 오전 폐사했습니다.
■ 기도엔 동전 크기 바늘이…항문엔 낚시줄
부검 결과 새끼 거북이의 기도에서 동전 크기만 한 바늘이 걸려있었고, 115cm에 이르는 낚싯줄이 내장으로 연결돼 항문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다 거북의 식도에는 뾰족한 돌기가 한 방향으로 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식도로 넘어온 것을 뱉거나 토하기 어렵습니다.
홍원희 아쿠아플라넷 제주 수의사는 "바늘이 걸린 상태에서 먹이 활동을 한 것 같다"며 "소화를 시키면서 낚싯줄은 밑으로 내려가고, 장을 통해 항문까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홍 수의사는 "낚싯줄이 항문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내장이 서로 꼬이고 혈관이 막히면서 내장 대부분에서 괴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부위는 찢어지는 장 파열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새끼 거북은 내장이 찢기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한 겁니다.
홍 수의사는 "구조 치료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낚싯바늘을 삼켜서 살아서 구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몸 속에서 발견된 낚싯바늘은 갯바위 등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크고 무게추 등 다른 채비가 달리지 않은 데다 낚싯줄도 굵어 어선에서 사용하는 어구로 추정됩니다.
■ '흉기'로 변한 폐어구…해양보호동물 위협
제주도에서 바닷속 흉기로 변한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은 해양보호생물들의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습니다.
2020년 제주에서 이뤄진 해양생물 공동부검에서도 붉은바다거북 두 마리의 입과 식도에서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한 개체에서는 폭 2.5cm, 길이 5cm에 달하는 갈고리 모양의 바늘과 낚싯줄(175cm)이 발견됐고, 또 다른 개체에선 주낙 어업에 사용하는 바늘이 걸려 있었는데 염증으로 인한 복막염이나 바늘로 인해 먹이활동을 하지 못해 굶어 죽었을 가능성 등이 거론됐습니다.
지난해 10월엔 서귀포시 법환포구 인근 해상에서 낚싯바늘에 찔린 죽은 푸른바다거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제주에서 폐어구에 걸린 새끼 돌고래와 새끼 거북이 등 해양쓰레기로 인한 해양생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습니다.
오늘(8일) 제주를 찾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폐어구 문제에 대해 "직접 스쿠버 다이빙을 했던 연구자였고 생태 생물학을 기반으로 연구했었기 때문에 폐그물에 걸린 돌고래 사건을 보고받고 급히 조치해서 일정 정도의 예산도 투입하고, 환경 관련 단체와 협업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폐어구 문제에 대한) 예방 조치가 굉장히 필요하고, 녹는 플라스틱을 쓴다든가 아니면 쓰레기 수거에 대한 예산들을 높이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쓰레기 무단 방류에 대해서도 모두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바다가 깨끗해지고 생물들이 같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들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 바다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태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은 100마리가 넘습니다.
이 가운데 구조치료기관인 아쿠아플라넷에 옮겨져 치료받은 바다거북은 10여 마리에 이릅니다. 대부분 낚싯줄과 버려진 그물에 걸려 다친 상태였습니다.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거나 수중에서 폐사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바다거북이 폐어구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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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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