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중 4곳 전공의 파업 결의... 정부는 강대강 대응 예고
서울성모병원은 아직 내부 의견 수렴 중
정부 "파업 시 국민 생명 위한 모든 방안 강구"
내년 간호대 입학정원도 1000명 증원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설 연휴 이후 의사 총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5대 상급종합병원인 '빅5 병원' 가운데 4곳의 전공의들이 파업 참여를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할 경우 업무개시명령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는 한편, 필수의료 등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한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오는 12일 임시총회를 앞두고 전공의 수련병원별로 파업 참여 여부 조사를 요청한 가운데, 빅5 병원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이날까지 파업 참여를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6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이뤄진 의견 취합 결과다. 다른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은 전공의의견을 모으는 중이다. 전공의의 최종적인 집단행동 결정과 시기는 연휴 마지막 날 온라인으로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전공의 동참 여부는 의사 총파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맞서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에 나섰을 때도 전공의들은 80%에 육박하는 파업 참여율을 보이며 정부의 정책 철회를 이끌었다. 특히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 인원의 27%, 필수의료 5개 과목(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에 한정하면 35%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파업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협 역시 전날 밤 임시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의대 증원 발표 당일 이필수 회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발생한 집행부 공백을 수습하며 대정부 투쟁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의협은 "의대 정원을 지금(3,058명)의 70%가량 늘린다는 것은 아수라적인 발상"이라며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의대 증원 저지를 공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맞서 8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열고 9개 관계부처와 의사 총파업 대비책을 논의했다. 6일 중수본을 꾸린 이후 세 번째 회의다. 중수본은 △공공의료기관의 자체 비상진료대책 마련 △복지부-관계기관 비상연락망 유지 △각 부처 홈페이지에 비상의료기관 정보 게시 등을 결정했다.
이어 오후에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브리핑을 갖고 의사 파업에 강경 대응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차관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국민 생명을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들이 "미리 사직서를 제출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도 복지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단사직서 제출 자체가 업무개시명령 대상"이라며 "설사 사직서가 수리됐다 해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전날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위해 전공의 연락처를 취합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복지부는 "지금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취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은 의사 개개인에게 직접 도달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이 일어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갖고 연락처를 취합할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 문자를 발송하면 휴대폰이 꺼져 있더라도 송달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계와 대화 창구는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못했지만 정부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며 "의사 면허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라고 부여된 것이니 집단행동을 조직하거나 권유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내년도 간호대 입학정원이 종전보다 1,000명 늘어난 2만4,883명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역시 휴직자 복귀까지 감안하더라도 2035년까지 1만6,000명가량 부족하다는 추계에 따른 조치다. 이번 증원은 대한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 '간호인력 전문위원회'가 세 차례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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