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특집 드라마는 어디 갔나요?[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4. 2. 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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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주간 입맛 연구소 뭐 먹을랩’ 한 장면. 사진 MBC



이번 설 연휴 방송 특집 프로그램의 경향은 ‘줄어든 파일럿’ ‘없어진 특집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방송사들은 각종 특집 프로그램이 필요한 명절 연휴를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선보이는 ‘파일럿’ 방송의 장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의 진용은 초라하다. MBC만이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SBS가 명절한정 스포츠 예능 특집을 준비했다. KBS 역시 하던 가수 특집쇼로 구색을 갖췄다.

2편의 파일럿이 방송되는 MBC 예능의 특징은 전현무를 선두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오후 9시 방송된 ‘주간 입맛 연구소 뭐 먹을랩’(이하 뭐먹을랩)이 시청자와 만났다. 프로그램은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각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 해결하는 토크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MBC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송스틸러’ 포스터. 사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의 이준범PD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 황보경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전현무 외에 문정훈 서울대교수, 과학 크리에이터 궤도, 이원일 셰프, 박상영 작가가 참여했다.

닐슨코리아 전국가구기준으로 프로그램은 1.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보통 5%를 넘겨야 파일럿으로 의미가 있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 역시 지상파가 우월적 상황에 있던 예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과연 새로운 형태의 음식 토크쇼가 MBC 예능의 한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9일 오후 8시, 12일 오후 5시50분 2회에 걸쳐 방송되는 ‘송스틸러’도 있다. 역시 전현무와 다비치의 이해리가 MC 호흡을 맞춘다. 적재, 정용화, 선우정아, 이홍기, 웬디, 임정희, 이무진 등의 가수들이 합류한다.

SBS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골림픽’ 주요 장면. 사진 SBS



프로그램은 남의 곡을 대놓고 훔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 가수가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해 부르는 일이 골자다. MBC는 음악예능으로 ‘복면가왕’이 자리를 잡은 상태라 ‘송스틸러’가 안착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주목된다.

SBS는 지난해에 이어 ‘골때리는 그녀들’의 세계관을 확장한 ‘골림픽’을 선보인다. ‘골때리는 그녀’의 11개팀 선수와 감독들이 다양한 게임을 통해 신체능력을 겨룬다. 지난해에는 없던 수영 종목이 올해 추가됐다.

하석주, 김병지, 김태영, 최진철, 이을용, 이영표, 조재진 등이 감독으로 출연한다. 박태환이 수영 특별 해설위원으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MBC가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를 일정과 안전상의 이유로 편성하지 않으면서 그 틈새를 꿰찼다. 9일 오후 8시20분, 12일 오후 6시 방송돼 ‘송스틸러’와 같은 시간 경쟁한다.

KBS는 나훈아와 심수봉, 임영웅에 이어 명절의 히트상품이 된 뮤직쇼를 선보인다. 주인공은 진성이다. 진성은 10일 오후 9시15분 방송되는 ‘진성쇼 BOK, 대한민국’에 출연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인다.

KBS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진성쇼 BOK,대한민국’에 출연하는 가수 진성. 사진 KBS



가수 장윤정이 MC를 맡았고, ‘트로트 어벤져스’로 불리는 김호중, 이찬원, 정동원 등이 출연해 선배의 무대를 돕는다. 이 역시 파일럿이라기 보다는 ‘골림픽’처럼 명절 한정 특집 프로그램에 가깝다.

그렇다면 지상파에서는 실질적으로 MBC의 두 개 프로그램이 파일럿으로 꼽힌다. 올 설에는 단막극 형태의 특집극도 찾아볼 수 없다. 2022년 MBN과 OBSW가 특집극을 방송했지만, 지난해에는 MBC가 금토극 ‘꼭두의 계절’을 프리미어 형태로 먼저 공개한 수준이었다. 올해는 그마저도 없다.

이는 예능과 드라마의 제작단가에 대한 차이, 그리고 더욱 더 어려워진 방송사의 드라마 시장에서 이유를 살필 수 있다. 주요 채널들을 특집극이 아니라 아예 월화나 수목 등 주요 시간대 드라마를 편성할 여력이 없어졌다. OTT의 영향으로 오르는 제작단가에 시청자의 기대치 등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예능은 아직도 방송사 예능국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많기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명절에 TV 앞에 둘러앉아 특집극을 보는 모습은 이제 빛바랜 영상에서나 볼 수 있을 일일는지 모른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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