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변할지라도 본질 잃지 않는 ‘자연’ 그리다
뭉치고 쪼개지는 ‘암석윤회’ 통해 우주 담아
기억 속의 찰나 포착… 순간의 잔상들 시각화
평범하지만 끈질긴 우리 삶의 모습 재구성
“나는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이치를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이 뭉쳐서 돌이 되고 바위가 된다. 그래서 돌이나 바위에 기도하는 것이다. 바위는 신들이 드나드는 통로다. 나는 인간이 윤회한다고 믿는다. 모래나 흙이 뭉쳐서 돌이 되고 그것이 부서져 다시 모래나 흙으로 돌아간다. 이를 계속 반복해 왔다. ‘암석윤회’다. 모든 것은 윤회한다. 자연의 이치다.”
특히 ‘거울’시리즈의 돌은 긴 시간 풍파를 겪으며 반질반질해진 모습을 띠는데, 모래가 뭉쳐 거친 돌이 되고, 그 돌이 부드러운 조약돌이 되기까지 돌의 일생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임산부의 배처럼 보이기도 하는 돌의 형상은 생명이 순환하는 이치 그리고 자연의 희생과 숭고함을 품고 있다.
요즘 새로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돌에서 흙이 쏟아진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상상을 더해 한층 추상적인 작업으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인다.
“나에게 허밍은 그 순간의 감정을 담은 기억의 멜로디다. 인간이 경험하는 수많은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난 나만의 리듬을 넣은 문자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것이 ‘허밍’이었고 허밍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작가의 말처럼 그는 기억 속에 사진처럼 남은 찰나의 순간들을 멜로디화하고 이를 시각화해 캔버스 위에 본인만의 악상을 펼쳐내는 것이다. 무의식 속 허밍이라는 음악 낙서…. 심장박동 그래프처럼 보이는 그의 시각적 허밍은 곧 생명력을 표현하기도 한다.
윤위동, 권지안, 박정용 3인전이 ‘Normal Nature(노멀 네이처): 보통의 자연’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14일부터 3월2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열린다. 돌을 그리는 윤위동과 꽃을 그리는 권지안 그리고 꽃과 돌을 그리는 박정용의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 ‘보통의 자연’을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이다. 작은 모래알들이 뭉쳐 돌이 되고 또다시 쪼개져 흙으로 돌아가며,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지면서 그 형태가 변화할지라도 본질을 잃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 곁을 지키는, 늘 보이는 자연 말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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