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패버린다, 사형 달라고” 60대 사형수, 항소심서 무기징역 감형된 이유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로비에 법원 마크가 밝게 빛나고 있다. /뉴스1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 A씨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서삼희 부장판사는 7일 동거녀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시의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미성년자이던 1970년부터 특수절도죄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살인 및 살인미수 전과가 다수 있고 지금까지 29년 8개월 동안 수형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범행은 살인죄로 12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년 1개월 만에 저질렀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을 조롱하며 사형을 요구했다. A씨는 “검사 체면 한 번 세워주게 사형 집행 시원하게 내려달라” “부장판사 정도 되면 커리어가 있는데 사형 집행 아직 안 해 보셨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해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죄책감이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면 가석방 가능성이 열려 있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1심 선고 후에는 웃으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A씨의 국선 변호인은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해 심신미약 등을 주장해왔다. A씨는 항소심 재판에서도 “지금이라도 검사 팰 수 있다”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없었으나 직권으로 사형 선고의 적합성을 검토해 감형을 결정했다. 최근 20년간의 사형 선고 사건들과 A씨의 성장 과정·교육 정도·수형 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서 부장판사는 “사형 선고는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기존에 사형이 선고된 사건과 비교했을 때 말다툼을 이유로 흉기로 살해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전과가 많다거나 수사 기관이나 법정에서 보인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사형이 확정된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또 “말다툼 중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고 범행 후 도주하지 않았으며 자해하는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이날 항소심 선고 후에도 “나는 사형을 줘도 괜찮고 사형받기 위해서 검사에게 욕을 했다”며 소란을 피워 제지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