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무죄 1심 판결 항소… "기계적 대응" 비판 나와
檢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있어"
항소심서 역전 가능성 적은 편
일각 '사법 소모전 재연' 우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1심 법원이 이재용 삼성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내린데 대해 검찰은 항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당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19개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전자 임원,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 등에 대해서도 죄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원 판단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계적 항소' 지양해야" 지적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계적 항소'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확정 판결이 날때까지 다투는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항소심에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이번 사건처럼 재판이 오래 걸릴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나오면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소 당시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도 검찰에겐 항소에 부담되는 요소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수심위는 참석자 10대3으로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검찰은 기소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기계적 항소가 사회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 상황에, 검찰의 항소와 상고가 이어지면 대법원 선고까지 3~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재계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약 20만페이지의 자료를 냈는데도 1심 법원이 각각의 사안에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항소하면 같은 사안을 판단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흐를 것"이라며 "일반인도 재판지연의 고통을 받는데 항소심 역시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항소나 상고 여부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8월 "검찰은 국가 비용으로 소추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고인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유죄) 가능성이 없다면 기소된 사람이 2·3심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잘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측, "법원이 변호인 주장만 채택"
검찰은 1심 판결로 모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이 검찰 주장을 전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변호인 측 일방 주장을 채택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년 1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수사와 재판을 이어왔고, 106차례 재판을 진행한 상황에서 전부 무죄라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불가능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대법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승계작업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승계작업에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있다"며 "그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에 판단이 다른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한 사건으로 여러명이 여러개의 혐의로 기소돼 얽히고 기소된 사건인데도 기소된 후 '통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무죄 나온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 검찰 입장에선 기소가 잘못됐다는걸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어 그 역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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