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키우는 제3지대 노조···양대노총 '정책 독점 구조' 깨나

세종=양종곤 기자 2024. 2. 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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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노조 '총연합' 전환]
◆ 새로고침協 경사노위 참여 추진
총연합단체 전환땐 재정난 해결
소속 노조 지원 강화로 세력 확대
정책 결정 다양한 의견 수렴 가능
양대 노총과 조합원 차이 220만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 지적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작년 3월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의 총연합단체 전환 추진은 2년 차인 새로고침협의회가 독자적으로 살아남을지에 대한 시험대로 볼 수 있다. 만일 새로고침협의회가 총연합단체로서 자리매김한다면 그동안 우리나라 노조 지형의 문제로 지적됐던 양대 노총의 정책 독점과 과다 대표 구조를 개선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8일 고용노동부·노동계 등에 따르면 새로고침협의회가 노조 총연합단체가 된다면 우리나라 7번째 총연합단체가 된다. 조합원은 약 1만 명이다. 2022년 기준 조합원 약 1만 1000명으로 3위 총연합단체인 한국장애인노동조합총연맹과 비슷하다.

새로고침협의회 입장에서는 총연합단체로 전환될 경우 기존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정권 출범 후 일명 MZ노조로 불리면서 주목받은 것과 달리 운영에 어려움이 컸다. 대표적으로 총연합단체로서 조합원으로부터 맹비를 걷지 못했다. 소속 조합원이 낸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현재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새로고침협의회가 소속 노조에 대한 지원 역량도 없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세력 확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16개 소속 노조 중 11곳은 교섭권도 없는 소수 노조인 상황이다.

새로고침협의회는 총연합단체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자격과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중앙정부 산하 위원회가 630여 곳인데 이 중 약 10%에 노동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약 10%의 위원회는 대부분 총연합단체가 참여하는 구조다. 여기에 총연합단체만 직접 참여하거나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에 명시된 위원회도 최저임금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최소 11곳이다.

특히 그동안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구조에 반영하는 게 목표였던 정부는 새로고침협의회가 총연합단체가 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길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조합원 272만 명 가운데 양대 노총 조합원 비중은 82%다. 매년 80%를 차지하는 양대 노총 독식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양대 노총이 노조는 물론 전체 노동계를 대표하면서 여러 위원회에 참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양대 노총이 충실히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경영계도 전체 근로자 중 노조 조직률이 10%대 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양대 노총이 늘 노동계 전체를 수십년째 대변하는 상황에 대한 반감이 크다. 지난해 여당에서 경사노위 위원 구성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낸 배경이다. 결국 고용부도 지난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산하 위원회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새로고침협의회가 총연합단체가 되더라도 실제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노동계에서 나온다. 우선 양대 노총과 조합원 수 차이는 220만 명 이상으로 워낙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또 재정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운영 체계를 갖출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꼽힌다. 이미 정부는 올해 노조단체에 대한 직접 지원 사업을 대폭 축소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 사업을 얻더라도 이를 운영할 인력과 체계가 필요한데 새로고침협의회는 정부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

새로고침협의회가 당초 내건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것도 노동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지점이다. 이들은 기성 노조가 보여준 정례 파업, 정치적 투쟁보다 실리적이고 대안적인 노조 활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성 노조와 차별점으로 부각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라는 색깔도 흐려졌다. 새로고침협의회 입장에서는 기성 노조 방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계 안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양대 노총의 한 관계자는 “가장 많은 조합원이 있는 양대 노총이 노동계의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새로고침협의회는 MZ노조와 비(非)MZ노조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양대 노총과 다양한 노동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고침협의회 관계자는 “현재는 조합원 연령대가 높아져 세대를 아우르는 노조로 변모하고 있다”며 “총연합단체가 되면 소속 노조를 늘리고 최저임금위원회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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