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라스를 좋아하는 여자테니스 기대주 홍예리 “공격적으로 쳐야 재미있죠”
어릴 적부터 라켓과 테니스공을 장난감 삼아 놀았다. 테니스 코트는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레슨장을 운영한 엄마와 테니스에 푹 빠진 아빠 사이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홍예리는 6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리고 2024년, 2011년생 홍예리는 한국 여자테니스의 기대주로 주목받는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춘기 소녀지만, 홍예리는 일찌감치 테니스 선수로 투어 생활을 시작한 만큼 어른스러웠다. 홍예리는 최근 기자와 만나 “2024년 더 성장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언젠가 테니스계에서 김연아 선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홍예리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홍예리는 지난해 아시아테니스연맹(ATF) 주니어랭킹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생일(1월12일)이 지나 만 13세 이상부터 출전할 수 있는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수 있는 자격(2회)도 갖췄다. 얼마 전 끝난 전 세계 남녀부 각각 8명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진 호주오픈 14세 이하 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다.
홍예리는 “대회 기간 생각보다 공을 잘 쳤다. 4강전 초반에 잘 풀리지 않았지만 실망보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대회였다”고 설명했다. 홍예리는 대회 최연소 출전 선수였다. 4강에서 아쉽게 역전패했지만, 자신의 공이 체격 조건이 더 좋은 외국 선수들에게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수확이 있었다. 홍예리는 현재 165㎝로 작지 않은 키지만 다소 마른 체형이다. 홍예리는 “외국 선수들은 확실히 체격 조건이 좋다. 서브는 물론 볼 파워도 다르다”며 “서브와 트레이닝에 조금 더 신경써야 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홍예리는 처음 해외 대회에 문을 두드린 2022년 하반기 에디허 대회 12세부에서 여자 단식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IMG 퓨처스타스 여자 단식 등에서 우승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윔블던 챔피언십 14세부 ATF 예선 대회에서도 우승해 14세부 윔블던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ITF가 전 세계 우수 주니어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 투어링팀에 14세부 선수로도 뽑혔다. 홍예리는 최근 세계적인 스포츠 에이전시인 IMG와 매니지먼트 계약까지 체결했다.
홍예리는 기존의 다른 기대주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를 직접 본 테니스인들은 홍예리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에 엄지를 든다. 한 지도자는 “우리 선수들은 대체로 이기는 테니스, 안전하게 플레이하는 테니스를 치도록 교육 받는다. 그런데 홍예리는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 선수로서 좋은 강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예리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제가 공격하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엄마와 항상 빠른 타이밍에 공에 붙어 때리는 것을 많이 훈련했다”면서 “시합할 때도 공격을 해야 재미있고, 공격을 하면서 시합을 이기고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홍예리는 엄마가 레슨하는 아파트 앞 테니스 코트에서 훈련했다. 하루에 테니스 코트를 쓸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했지만, 타고난 재능에 성실함을 더해 착실하게 실력을 쌓았다.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레벨에서 경쟁하는 올해부터는 조금 더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도전을 이어간다.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은 멀고도 험하다. 이제 출발선에 선 홍예리는 “테니스를 하면서는 이상하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테니스를 할 때도 서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스트로크를 치면서는 다 풀린다”며 새로 시작될 도전에 기대감을 표현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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