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상생금융 이어 또? 총선 앞두고 ‘동네북’ 된 은행

김나경 2024. 2.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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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정금리 대출·코로나 빚 탕감
與野 선심성 공약 쏟아내며 속앓이
은행 이자이익 감소 올해 본격화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될 것"

정치권이 오는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은행권에 적극적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포플리즘'성 총선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묻지마 공약'이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은행들은 이미 약 2조원의 역대 최대 규모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실행한 데다 올해부터 이자이익 감소가 본격화될 전망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설날 밥상머리 타깃은 은행?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발 은행의 고통 분담을 압박하는 발언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금융권과 협조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28만명에게 한 명당 평균 100만원, 총 2조4000억원의 이자를 환급해드릴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위해 정부가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에서도 이자 탕감, 은행의 보증기관 출연금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총선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지난달 소상공인 보증공급액을 2배로 늘리고,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1976년 도입돼 연 10% 이상의 높은 금리로 인기를 끌었던 재형저축도 부활시키기로 했다. 재형저축은 청년층 자산형성과 중장년층 노후 준비를 위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인 이용빈 의원은 지난 6일 △코로나 시기 대출 이자 전면 탕감 △코로나 시기 대출금 만기 연장 △연 2% 이내 고정금리 대출 시행을 3대 긴급민생과제로 정하고 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신용상태 한계에 내몰린 취약차주 및 소상공인에 대한 선제적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며 은행과 차주 간 '사적 채무조정 활성화'를 강조했다.

여야가 이같은 공약을 내놓은 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민간소비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단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해 중소기업벤처부의 폐업 공제금이 전년대비 34% 증가하는 등 문을 닫는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상생금융에 주주환원 부담

문제는 올해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공약들이 은행의 비용부담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들은 지난해말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원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해 이번주부터 소상공인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 한도로 이자를 환급해주고 있다.

은행이 소상공인에게 돌려주는 총 이자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해당 금액만큼 은행들의 비용으로 처리된다. 민생금융 지원금액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상생금융 비용을 반영한 영향 등으로 지난해 4·4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대비 59.3% 감소한 4061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지역신보 법정 출연요율 상한선이 0.1%에서 0.3%로 상향 조정됐다. 6개월 후 개정법이 시행되면 은행권은 지역신보에 약 1849억원을 추가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공약한 소상공인 보증금액 확대, 예보한도 상향, 선제적 채무조정 또한 은행권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올해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돼 은행들의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올해 순이자마진(NIM)을 지난해 대비 축소된 1.62% 수준으로 예상했다. 연 당기순이익은 전년 수준을 밑도는 19조6000억원 규모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여야의 이같은 공약이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에 제약이 되고,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선심성 공약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금융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은행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이 양호했기 때문에 감당 가능했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성·자본 적정성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은행의 보증기관 출연금 확대 또한 사회적으로는 재분배 기능이 있지만, 결국에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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