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윌리엄 왕세자 ‘국왕 대리’... 암 진단 부친 대신 전면에 나섰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2. 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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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찾은 동생 해리는 안 만났다”
런던 에어 앰뷸런스 자선 갈라 디너에서 7일 윌리엄 영국 왕세자(오른쪽)가 미국 배우 톰 크루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암 진단을 받은 영국 국왕 찰스 3세를 대신해 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가 영국 왕실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건강이 악화했던 2022년 찰스 3세가 했던 역할이 두 해 만에 윌리엄에게 넘어온 것이다. 아버지와 비교하면 약 30년 빨리 ‘국왕 대리’ 역할을 경험하게 됐다.

윌리엄 왕세자는 7일 찰스 3세를 대신해 윈저성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을 주관했다. 찰스 3세의 암 진단 사실이 알려지고서 열린 첫 번째 공식 외부 행사다. 일간 더타임스는 “윌리엄에게도 약 3주 만의 업무 복귀였다”고 전했다.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빈이 지난달 16일 복부 수술을 받고 요양에 들어가면서 윌리엄 역시 아내와 세 자녀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냈다. 그는 이날 세계 여러 나라의 어려운 이들에게 스포츠용품을 보내는 자선 단체 ‘SOS 키트 에이드’와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 엘런 콘버리 등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이날 저녁엔 런던의 ‘에어 앰뷸런스’(구급 헬리콥터) 자선단체의 기금 모금을 위한 만찬에도 참석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2015년부터 만 2년간 구급 의료 자선 단체 ‘이스트 앵글리안 에어 앰뷸런스’에서 헬기 조종사로 일했다. 그는 이 만찬에서 “지난 몇 주간 의료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바빴다”며 “거기서 벗어나려니 에어 앰뷸런스가 필요했다”는 농담도 던졌다. 아버지와 아내가 모두 병석에 누운 자신의 처지를 소재로 삼은 것이다.

이 자리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참석했다. 크루즈에겐 “다음 ‘미션 임파서블’ 찍는다고 새 헬기를 빌려가지 않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농담했다. 영화 속 액션 장면에서 자동차·비행기 등이 크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유머였다.

찰스 3세가 당분간 암 치료에 전념하면서, 앞으로 외부 행사는 대부분 아버지 대신 윌리엄이 대참(代參)할 것이라고 영국 매체들은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국왕은 헌법상 국가 원수로서 공식적인 역할은 계속 수행한다”고 밝혔지만 찰스 3세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는 당분간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다음 주 화요일 오전 버킹엄궁에서 열리는 국왕과 총리의 ‘주간 알현(謁見)’도 전화 통화로 대체키로 했다. 찰스 3세는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갈 때를 빼곤 런던에서 약 150㎞ 떨어진 노퍽주(州) 샌드링엄 영지에 계속 머물 예정이다.

미래의 왕이 될 윌리엄이 군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고편’이 시작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영국 왕실은 이혼·불화 및 각종 사고가 빈번해 ‘폐지론’까지 대두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윌리엄은 성실한 성품에 영국인들이 사랑했던 어머니 고(故) 다이애나빈의 후광까지 더해져 그나마 인기가 높은 편이다. BBC는 “윌리엄은 이미 현대적이고 편안한 왕족의 모습으로 이전 세대와 차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찰스 3세만 해도 ‘안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군중과 인사말을 나누는 옛 방식에 익숙하지만, 윌리엄 왕세자는 넥타이 없는 콤비 차림으로 국민과 섞이는 소그룹 모임도 즐긴다고 알려졌다.

영국을 떠나 미국에서 사는 동생 해리 왕자와의 삐걱거리는 관계는 윌리엄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배우자인 매건 마클과 미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중인 해리 왕자는 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에 영국 런던을 급히 찾았지만 형 윌리엄과는 만나지 않았다. 해리가 지난해 초 자서전 ‘스페어(Spare)’를 통해 왕실 가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형제간 관계는 크게 틀어졌다. ‘스페어’는 사전적으론 ‘예비용’이란 뜻으로, 영국 왕실에서 국왕 승계 1순위 자녀의 형제자매(통상 동생)를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해리는 이 책에서 찰스의 배우자인 커밀라 왕비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흑인 혼혈이자 연예인 출신인 자신의 아내 마클을 인종·계층적으로 차별했고, 이에 항의하는 자신마저 업신여겼다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들은 “형제간 화해는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데일리메일은 “해리는 5일 영국에 도착해 25시간 머물렀는데 6일 아버지와 만남은 30분에 불과했다”며 “5일 밤엔 (왕실 거처가 아닌) 호텔에서 숙박했다”고 전했다. 마클은 동행하지 않았다. 해리 부부와 왕실의 관계가 여전히 껄끄럽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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