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에 꽂힌 X세대 … 서태지 노래 듣고 푸마 운동화 신어
집값 급등기 거쳐 소비여력 쑥
40대 가구주 작년 3분기 지출
한달 평균 500만원 넘어 최고
90년대 과자 종합선물세트 등
기업들 올 마케팅 타깃 정조준
◆ 소비주류 X세대 ◆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밀레니얼+Z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달 15일 X세대의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리메이크했다. 무려 29년 만에 요즘 대세 걸그룹에 의해 '서태지'가 부활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설 명절을 앞두고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출시된 제품인 씨리얼초코·롯데샌드 파인애플·빠다코코낫·칙촉·아몬드초코볼·칸쵸·꼬깔콘 고소한맛과 군옥수수맛 총 8개 제품을 담은 종합선물세트를 출시했다.
X세대가 최근 소비시장에서 주목받는 것은 2010년대 초반 시작한 복고 열풍인 '레트로'에 이어 '뉴트로' 트렌드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대를 직접 경험한 중장년층이 옛날을 회고하는 레트로와 달리, 뉴트로는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 층이 신선함을 느끼면서 주도적으로 향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고물가로 인한 불경기가 이어지자 '불황형 마케팅'이 반복되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X세대가 주력인 1970년대생(1970~1979년생) 인구수를 작년 말 기준 약 828만명으로 집계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되는 1960년대생(1960~1969년생)이 약 851만명으로 1970년대생보다는 23만명 많다. 상당수가 은퇴 시기로 접어든 1960년대생과 달리 X세대는 아직 대부분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는 중이다. 20·30대 젊은 층과 비교해도 X세대는 인구수가 더 많고, 부동산 급등기를 거치며 자산을 불렸다는 점에서 소비 여력이 크다고 평가받는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508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50대인 가구는 493만원이었다. 반면 39세 이하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362만원, 60세 이상 가구는 267만원에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도 40대가 74.4%로 가장 높고, 50대가 71%로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 가구는 70.7%, 60세 이상 가구는 67.1%였다. 베이비붐 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끼어 20년 넘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X세대가 실상은 우리 경제의 최대 소비층을 형성한 세대인 것이다.
X세대 문화는 경기침체 시기를 맞아 소비자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도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실제에 비해 아름답게 포장된 과거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서 유통업계에서 레트로는 대표적인 불황형 마케팅으로 꼽힌다. 지갑 사정이 안 좋아질수록 10대 때 즐기던 패션에 비교적 흔쾌히 돈을 쓴다는 것이다.
패션·식품 등에서 뚜렷한 하나의 '메가 트렌드'가 없이 유행이 혼재하고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레트로 문화는 주목받는다. '힙'한 것을 좇는 20·30대 젊은 층이 복고 문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변주하는 식으로 즐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신인류'라 불렸던 X세대가 큰손 역할을 자처하는 데다, MZ세대 역시 끊임없이 레트로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통·패션업계에서는 올해 X세대를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현재 생산 능력과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에 있는 X세대는 MZ세대 소비자보다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였음에도 지난 몇 년간 브랜드 전략이나 광고에서 소외됐다"며 "실질적 구매력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 세대를 패션업계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X세대
대체적으로 1970~1979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나이로는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로, 대부분이 1990년대 학번이라 '97세대'로도 불린다.
[안병준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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