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쓴 예산 역대급인데…기재부 "세수 사상최대 감소탓" 변명
법인세 23조↓ 소득세 13조↓
세수 급감에 예산 집행 축소
"예상보다 세수 훨씬 더 줄자
인위적인 불용 대응" 지적도
사업비만 전년 대비 1조 뚝
불용률도 2%대로 크게 늘어
결산상 불용 포함하면 46조
정부는 지난해 역대급 불용이 발생한 핵심 이유로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을 꼽는다. 세수 부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초 쓰기로 한 예산 일부를 불용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수 영향을 받는 사업비를 포함해 지출이 감소한 부분은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줄인 액수만 따져봐도 1조원 가까이 늘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둔화와 교역 상황 악화로 대부분 세목에서 전년보다 세수가 크게 줄었다.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법인세로, 1년 전보다 23조2000억원(22.4%) 줄었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이 큰 실적을 내지 못해서다. 주택·토지 거래 감소로 양도소득세가 줄면서 소득세 또한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10%) 빠졌다. 종합부동산세가 2조2000억원(32.4%), 관세 3조원(29.4%), 부가가치세 7조9000억원(9.6%), 교통세 3000억원(2.5%)이 덜 걷혔다.
불용은 세수가 부족할 때 정부가 활용하는 카드다. 편성해둔 예산 일부를 쓰지 않고 인위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입 예산 부족에 대응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 대표적이다. 2013년에는 8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해 8조1000억원이 불용 처리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10조9000억원이 모자랐고, 정부는 6조7000억원을 불용으로 돌렸다. 당시 예산 현액 대비 불용액을 나타내는 불용률도 각각 2.6%, 2.1%에 달해 통상 수치(1% 안팎)를 크게 웃돌았다.
예산 불용 규모는 디지털 예산 회계 시스템 '디브레인'이 도입된 2007년만 해도 3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3년 뒤인 2010년 3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8조원을 넘었다. 이후 2020년 3조2000억원까지 줄었다가 2021년 5조2000억원, 2022년 7조4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조원대로 뛰었다.
지난해는 불용률도 높았다. 지난해 불용률은 2.0%로, 2016년(2.1%) 이후 1%대를 거쳐 0%대까지 내려갔다가 7년 만에 2%대로 다시 올라섰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기금과 세계잉여금, 불용으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인위적인 불용은 없다고 했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강제적이고 인위적이고 선제적인 불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영 기재부 회계결산과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 불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방교부세금 감액 조정분은 세수가 줄면서 감소한 지방교부세금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충당한 부분을 의미한다. 정부 내부거래분은 회계·기금 간 중복으로 계상된 수치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기재부는 예비비 불용(3조3000억원)과 사업비 불용 등(7조5000억원)을 '사실상 불용'으로 잡았다. '결산상 불용'인 45조7000억원에는 실질적인 불용이 아닌 지방교부세금 감액 조정(18조6000억원), 정부 내부거래(16조4000억원)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불용만 봐도 1년 전보다 3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2022년보다 예비비 불용은 2조7000억원, 사업비 불용은 700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세수 부족 영향으로 사업비 지출을 줄인 부분인 사업비 불용도 9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사업비 불용은 지출 소요 감소와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것이라며,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과장은 "사실상 불용이 늘어난 것은 수치상으로 분명한 사실이지만, 예비비 불용을 빼면 사업 지출 소요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역대급 불용을 두고 정부의 인위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와서 정부가 일부러 불용을 낸 것"이라며 "세수가 부족하지 않은 평년에는 불용을 크게 내지 않는데 지난해 유독 불용 규모가 컸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는 "세수 부족도 문제지만 애초에 예산을 신중하게 짜지 않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개별 정책사업이 존속되도록 하기 위해 예산을 큰 규모로 잡아두고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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