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4·10총선 박빙지서 이런 공약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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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만 '1·13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의 정치 역정을 살펴보니 '실화냐'라는 말이 떠오른다.
의원, 지자체장 선거, 부총통, 이번 총통 선거까지 총 9번의 선거에서 전승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3분의 1 이상 득표한 후보는 득표수에 따라 1표당 30대만달러(약 1270원)의 선거비용을 환급받는다.
대만 총통 선거에선 2위로 낙선한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신베이시 시장도 라이칭더의 기부 선언 직후 허둥허둥 선거보조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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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보조금 68억 기부 결정
韓대선 200억씩 선지급받고
끝난 후에 각당 400억 또 환급
국민들 혈세로 정치만 배불러
라이칭더 같은 총선 후보 없나
얼마 전 대만 '1·13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의 정치 역정을 살펴보니 '실화냐'라는 말이 떠오른다. 의원, 지자체장 선거, 부총통, 이번 총통 선거까지 총 9번의 선거에서 전승했다. 2028년 차기 총통 선거가 생애 마지막 선거가 될 전망인데 여기서 이기면 10전10승이다.
승승장구 정치인이라 정치 명문가 혈통같이 보이지만 가정 배경은 '원조 흙수저'. 부친은 광부로 일했으나 라이칭더가 두 살 때 탄광 폭발 사고로 사망해 모친이 홀로 여섯 자녀를 키웠다고 한다. 우리 신문쟁이 말로 스토리와 실력 모두 얘기되는 정치인인 셈이다.
먼 남의 나라 대통령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새삼 찾아본 이유는 당선 후 한국 정치에선 듣도 보도 못한 '통 큰 결정' 때문이다. 그는 당선 다음날 중앙선관위로부터 받는 선거보조금 1억6000만대만달러(약 68억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3분의 1 이상 득표한 후보는 득표수에 따라 1표당 30대만달러(약 1270원)의 선거비용을 환급받는다.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558만6000표, 득표율 40.05%를 기록해 해당 액수 보조금을 받았다. 앞으로 대만 총통 선거 때 당선된 당의 선거비용 환급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당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고 징징하며 챙겼다간 임기 시작도 전에 '옹졸한 소인배' 내지는 '탐욕스러운 당'으로 전락하기 딱 좋은 구도를 만들어버렸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현대정치에서 이런 선례는 불가역적이다.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선거 후 보조금이 지급된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은 409억원, 더불어민주당은 438억원을 썼는데 선거를 마치고 이 돈의 90% 이상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았다. 선거비를 보전받은 거대 양당은 선거를 치르기 전 이미 선거보조금 명목으로 200억원 안팎의 돈도 지원받았다.
돌려받는 돈이 실비에 모자라지만 그 부족분보다 훨씬 큰 금액을 미리 받았기 때문에 결국 남는 장사를 했다. 대선을 치르면서 이렇게 국민의힘은 180억원 정도, 민주당은 218억원 정도 흑자를 냈다. 혈세로 지급되는 돈이다. 이런 고수익 돈벌이를 통해 2016년부터 모두 6차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양당은 매번 100억원 넘는 수익을 남겼고, 모두 합하면 7년간 1886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선관위가 '이중 지원'에 대한 법 개정을 몇 차례 요구했지만 국회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러니 국민들 사이엔 정치 혐오가 커진다. 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찬성 의견이 국민 절반을 넘는다. 선거제 개편에 필요한 의원 증수는 꿈도 못 꾼다. 되레 줄이라고 난리다. 탐욕과 몰염치에 대한 혐오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라이칭더 같은 후보나 민진당 같은 당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않겠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으로 내겠다"는 공약을 먼저 던져보라(당과 별도로 출마 후보도 15% 이상 득표 시 기탁금과 법정선거비용을 전액 환급받고 있다). 나랏돈만 축내는 여야 똑같은 공약보다 훨씬 잘 먹히고 어쩌면 박빙 지역에선 승패를 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참, 이런 건 '선빵'이 중요하다. 대만 총통 선거에선 2위로 낙선한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신베이시 시장도 라이칭더의 기부 선언 직후 허둥허둥 선거보조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선 언제나 선수 친 사람만 주목받는다. 마지못해 끌려간 허우유이 시장은 스포트라이트 하나 못 받고 돈 잃고 인심 잃은 완벽한 패자가 됐다.
[이지용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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