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씨네멘터리] '추락의 해부' · '웡카' 등 연휴 극장가 영화들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 씨네멘터리
이주형 / SBS 논설위원
"'추락의 해부', 남편의 사망 둘러싼 사건 전말 다룬 스릴러·법정물"
"'웡카', 웡카의 '세계 최고 초콜릿 메이커' 꿈 위한 여정 그려"
"'아가일', '킹스맨' 매튜 본 감독 연출…스파이 소설이 현실 되며 벌어지는 소동"
"'도그레이즈', 네 쌍의 반려견 커플들이 서로 마주하며 겪는 성장·코미디 영화"
"'플랜75', 정부가 조력사 장려…초고령사회 위기의식 환기"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기사는 라이브 방송 내용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이제 내일부터 설 연휴인데, 영화 보러 극장 갈 계획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오늘 이주형 위원이 소개를 잘 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예전 설 연휴처럼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개봉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연휴는 연휴인지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들과 중급 규모 한국 영화들, 또 주목받는 예술 영화가 이번 설 연휴에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청자 여러분께서 영화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편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Q. 첫 번째 영화는 뭔가요?
먼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고, 다음 달 아카데미상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프랑스 영화 “추락의 해부”입니다.
Q. 제목이 독특한데요? 어떤 장르의 영화입니까
먼저 이 영화 포스터 한번 화면에 띄워주시겠습니까? 이게 제가 보기에는 프랑스 오리지널 포스터보다 잘 디자인된 것 같은 한국 포스터인데요, 한 남자가 눈밭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고 주위에 한 여자와 소년, 그리고 개 한마리가 있죠. 카피가 인상적입니다. “사고였나, 자살인가, 살인일까”
스릴러와 법정물의 색깔을 다 가지고 있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라고 해야겠죠. 산 속에 있는 집에서 어느 날 남편이 2층에서 추락해 숨진 채 아들에게 발견됩니다. 부검을 해보니 머리에 뭔가에 맞거나 부딪힌 듯한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외딴 집에는 유명 작가인 부인과 아들, 그리고 반려견 외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무런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하고,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법정에서도 진실은 계속 미궁 속을 헤맵니다. 검사는 부인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추궁하지만 피의자로 몰린 부인은 부인합니다. 그러던 중 검사측에서 녹취파일 하나를 꺼냅니다. 거기에는 사건 발생 하루 전날 남편과 부인이 심하게 다투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부부의 세계가 법정에서 까발려지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살인의 직접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Q. 줄거리를 들으면 결말이 매우 궁금해지는데요, 그래서 추락이 결국 다 해부가 되나요?
결말은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안드리겠습니다만, 누가 범인이냐는 찾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단편적으로 쏟아지는 사실 속에서 진실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만일 정보가 부족하면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를 묻는 지적인 영화입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정보는 넘쳐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판단할 정보가 오히려 부족하다는 걸 동시에 느끼잖아요. 그런 부조리를 법정물과 스릴러의 요소를 배합해서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게 만든 영화입니다.
Q. 다음 영화는 저도 아는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네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배우죠, 티모시 샬라메의 ‘웡카’ 어떤 영화입니까?
‘웡카’는 앞서 소개해드린 ‘추락의 해부’와 달리 부담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5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큰 히트를 친 할리우드 영화입니다.
영국 작가 로얄드 달의 유명한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원작이고요, 이미 두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한국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가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고요, ‘웡카’는 이 영화의 프리퀄, 즉 전사입니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웡카가 빈털터리 신세에서 디저트의 성지인 ‘달콤 백화점’에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열기 위해 열기 위해 온갖 난관을 돌파해나간다는 밝고 유쾌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오랜 연습을 거쳐서 직접 노래와 춤을 소화했는데, 역시 요즘 대세 배우답게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맛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Q. 그런데 요즘 이 영화에 나오는 춤이 인기라면서요?
휴 그랜트 아시죠? 휴 그랜드가 이 영화에서 초콜릿을 훔쳐가는 난장이 도둑인 움파 룸파 역을 맡았는데요, 이 움파룸파 춤이 화제입니다. 잠깐 보실까요.
‘웡카’에는 휴 그랜트뿐 아니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도 웡카를 속여먹는 악당으로 나오구요, 특히 이 영화는 촬영을 한국의 정정훈 촬영 감독이 맡았습니다.
Q. 그래요? 정정훈 촬영 감독이 한국에서 어떤 영화들을 찍었죠?
장도리 액션씬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 같은 박찬욱 감독 영화와 박훈정 감독의 히트작이죠 ‘신세계’를 찍은 감독입니다. ‘신세계’를 찍은 후에 할리우드로 넘어가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할리우드에 있는 정감독과 화상으로 인터뷰한 내용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정훈 촬영 감독
제가 서울에 있는 지인이랑 통화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배우가 누구냐?”하길래 “티모시 샬라메다” 그랬더니 처음엔 잘 안 믿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티모시가 제 옆을 지나가면서 저한테 인사를 하고 허그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그 목소리가 상대방한테 들릴 정도로. 그래서 “누구냐?” “티모시다”했더니 끝까지 거짓말인 줄 알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비현실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
Q. 할리우드 영화 한 편 더 가보죠. ‘아가일’이란 영화네요.
네, 어제 개봉한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인데요, 이 영화 소개하기 앞서서 편 앵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이란 말 아시죠? 어떤 영화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인데, 어떤 영화일까요?
영화 ‘킹스맨’에 나와서 유명해진 말이죠. 영화 ‘아가일’의 감독이 바로 ‘킹스맨’ 시리즈의 감독인 매튜 본입니다. 킹스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파이 액션에 B급 정서와 귀에 꽂히는 음악을 섞은 정말 재밌는 오락 영화잖아요. 이 영화 ‘아가일’도 매튜 본 감독의 그런 스타일을 물려받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 세계를 다룬 소설 ‘아가일’로 큰 성공을 거둔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 앞에 갑자기 진짜 스파이들이 나타나고, 소설 속 사건이 실제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을 다뤘습니다.
Q. ‘킹스맨’보다 재미있나요?
북미에서 이미 개봉을 해서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하긴 했는데, 제작비 2억 달러가 들어간 영화치고는 성적이 부진한 상황입니다. ‘킹스맨’이 크게 성공한 한국시장은 어떨지 궁금해지긴 하는데요, ‘킹스맨’보다는 다소 복잡한 플롯과 유머가 전작에 못미친다는 점에서 기대치는 조금 낮추고 극장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이제 한국 영화로 가볼까요? 이번 명절에는 어떤 한국 영화가 개봉을 합니까?
윤여정, 유해진 주연의 ‘도그데이즈’와 조진웅, 김희애 주연의 ‘데드맨’, 나문희, 박근형 배우 주연의 ‘소풍’ 등이 연휴를 앞두고 어제 일제히 개봉했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도그데이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Q. ‘도그데이즈’에는 윤여정씨가 오래만에 나오네요?
그렇죠. 윤여정씨가 2021년에 ‘미나리’로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개봉하는 영화입니다. 윤여정씨는 이 영화에서 평소 본인 스타일처럼, 쌀쌀맞지만 속이 깊은 유명 건축가 역할을 맡았습니다.
줄거리 소개가 좀 쉽지 않은데요, 왜냐하면 네 쌍의 이야기 커플들이 등장하고 영화가 이들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작은 이야기들이 가끔씩 서로 연결도 되기 때문입니다. 영끌해서 건물을 산 싱글남 회사원 유해진의 건물에 수의사 김서형이 동물병원을 차리면서 티격태격하게 되고, 개를 키우며 외롭게 사는 윤여정이 동물 병원에 오면서 유해진과 엮이게 되고, 이런 식으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적당한 코미디와 드라마 속에 펼쳐집니다.
사실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상 다음 행보가 이 영화라는 건 의외인 측면이 있는데요, 어떻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지 윤여정 씨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윤여정 배우 인터뷰
나이도 있고 그러니까 저한테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뭐 그렇게 굉장히 젊은 배우들처럼 많이 들어오지도 않고, 또 시나리오도 좋고 감독도 좋고 돈도 많이 주고 그러는 건 없어요.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데는 없어요. 그러니까 하나만. 이번에는 시나리오를 보리라 그러면 시나리오, 어떤 때는 이 감독만 보리라 그러면 그 감독만 보고 하고, 그다음에 돈을 어떤 게 많이 준다 그러면 돈 때문에 하는 거고, 그렇지 뭐 이렇게 다 보고 할 수는 없어요. 이번에는 감독만 보고 했습니다.
Q. 자, 마지막 영화는 일본 영화네요. ‘플랜75’ 왠지 제목은 일본 영화같지가 않고 SF영화 같은 느낌도 풍기는데요.
마지막으로는 연휴에 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영화 한 편 가지고 왔습니다. 지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황금카메라상-특별언급을 수상한 영화고요, 조력사라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Q. 조력사를 다룬 영화라구요? 그런 영화들은 최근 몇년 사이에 종종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좀 다른 부분이 있나요?
네 지금까지 나온 조력사 관련 영화들은 주로 조력사 또는 안락사를 놓고 개인의 선택권이 존중받아야 하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다뤘습니다. 대체로 국가는 엄격한 잣대를 놓고 조력사를 규제하거나 아예 불허하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의 자유라는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주제였는데요, “플랜75”라는 영화는 국가가 나서서 조력사를 장려하는 상황을 다룹니다.
Q. 국가가 조력사 제도를 운영한다구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현재로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제가 이 영화의 감독인 하야카와 치에 씨를 지난 주 서울에서 만나 인터뷰했는데요, 일본에서 이런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위기 의식을 환기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일본에서 후기고령자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나이 75세가 되면 국가가 운영하는 ‘플랜75’라는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면 시설에 들어가서 국가의 합법적인 집행 하에 조력사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독거노인 미치는 호텔 청소원을 하다가 해고를 당하고 집도 철거를 앞뒀는데 직업을 구하지 못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러던 중 동료였던 한 노인이 고독사한 것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고 플랜75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게 되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노인이 시설에 들어가기까지 십만엔을 주고 상담사도 규칙적으로 연결해줘서 마음이 변치 않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담 시간마저도 15분이 경과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시스템 앞에서 미치도 상담사도 마음이 요동을 칩니다. 하지만 결국 시설로 향하는 미치, 그곳에서는 조력사를 맞기 위해 온 다른 노인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미치는 과연 어떻게 되는지 영화는 그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봅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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