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덕에 라오스 곳곳 천지개벽"
값싼 노동과 금·구리 자원풍부
베트남 이은 韓생산거점 강점
새마을운동 들여와 성과 거둬
라오스 올해 아세안 의장국
미얀마 사태 후 회원국 갈등
"끊긴 대화부터 다시 늘려야"
"새마을운동의 힘에 놀랐습니다. 라오스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낙후된 지역 개발에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한국의 선진 개발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송칸 루앙무닌톤 주한 라오스대사(60)는 양국 협력의 모범 케이스로 새마을운동을 꼽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한국과 라오스가 개발 원조 관계를 넘어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기꺼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오스는 12년 전부터 지역 개발의 중심을 주-군-마을 3개 단위에 둔 '삼상(3-Builds)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 정책이 날개를 달게 된 건 2020년 새마을운동을 접목시키면서다. 사람은 물론 물자 이동조차 쉽지 않았던 4곳의 시범마을은 도로가 깔리고, 마을회관이 지어지고, 비닐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그는 전했다.
30년 넘게 외교관으로 일하며 주유엔 차석대사, 주필리핀 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소탈하고 솔직했다. 한국에 부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뛰어난 친화력과 유머감각으로 외교가에서는 '핵인싸'(사람들과 매우 잘 어울리는 인물)로 통한다.
인터뷰 내내 미소 짓던 그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였다. 루앙무닌톤 대사는 "상황이 정말 녹록지 않다. 3년 넘게 회원국 전체 대화는 사실상 완전히 끊겨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세안 공동체'라는 비전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라오스는 올해 아세안 10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의장국이고, 루앙무닌톤 대사는 아세안서울위원회(ACS) 의장직을 맡고 있다.
2021년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교체된 이후 아세안은 미얀마 군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아세안이 미얀마를 배제하기에 이르렀다. 루앙무닌톤 대사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10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지정학적 역학 구도도 복잡다단하다"며 "각자 생각이 다르더라도 일단 마주하고 앉아야 한다. 대화와 소통 없인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장국으로서 지역 안정성과 단합을 위해 글로벌 강대국들 간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2022년 아세안 정상회의 때 미얀마에 대해 채택된 폭력 중단 등이 담긴 '5개 항 합의'가 완전 이행돼야 한다"면서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루앙무닌톤 대사는 역내 경제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회원국 간 소득 및 개발 격차를 지적했다. 단적으로 싱가포르와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배가량 차이가 난다. 디지털 등 여타 개발 인프라스트럭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루앙무닌톤 대사는 "아세안 역내 격차는 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EU는 각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럽지역개발기금, 유럽사회기금 등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지만 아세안에는 그런 기금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세안의 경제 통합을 위해 각국 간 경제 격차를 좁히는 것이 급선무다. 좀 더 포괄적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며 아세안 공동기금의 설립 취지를 피력했다.
미·중 대립과 중국의 성장률 저하로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의 보완 또는 대체지로 아세안을 점찍고 있다. 현재 한국은 라오스의 주요 투자국 중 5번째다. 루앙무닌톤 대사는 한국에서 최근 베트남 인접국으로 생산·수출 등 공급망을 더욱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라오스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당부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라오스가 한국의 '베트남+1 전략'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베트남+1 전략'은 베트남에 주력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부차적으로 주변국 하나를 더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라오스는 금과 은, 구리 등 광물자원이 매우 풍부하고 메콩강이 국토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어 유량도 많다. 무엇보다 베트남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윤재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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