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종말? 작지만 센 예술영화 '조용한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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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가에 독립·예술영화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이 이후 관객이 일부 극장으로 돌아오고, 이렇다 할 한국 상업영화 대작이 없는 가운데 예술영화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극장 관객이 돌아오고, 몇몇 영화가 시장에서 잘 버티면서 다른 예술영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조금씩 기회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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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즈 감독 작품중 최대 흥행
'추락의 해부' 5일차에 3만 넘어
켄로치 '올드오크'도 호평 이어져
"예술영화에도 조금씩 기회 열려"
최근 극장가에 독립·예술영화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이 이후 관객이 일부 극장으로 돌아오고, 이렇다 할 한국 상업영화 대작이 없는 가운데 예술영화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영화 ‘기생충’ 이후 예술영화에 대한 관객의 진입 장벽이 조금은 낮아진 듯하다”며 “상업영화로의 쏠림은 여전하지만 눈에 띄는 몇 작품들이 (예술 영화에) 좋은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50만 넘어선 괴물
최근 가장 성공적인 예술영화로 꼽히는 작품은 단연 ‘괴물’이다. 지난해 11월 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은 지난 2일 개봉 66일 만에 관객 수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예술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히로카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브로커’(2022) 등을 연출한 일본 대표 거장. 브로커에서는 배우 송강호와 작업해 국내 관객에게 특히 친숙하다. 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괴물은 세계적 영화음악가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가 영화 음악에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여기에 신선한 전개 방식과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 갈등, 동성애 등 학교라는 배경을 토대로 우리 사회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동일한 사건을 아이, 학부모, 교사 세 명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보여준다. 영화 손익분기점(BEP)은 약 55만 명으로 현재 기준으로 상업적으로 ‘대박’을 친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예술영화의 존재감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공”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예상 웃도는 관심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흥행하고 있는 예술 영화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가 그중 하나다. 추락의 해부는 개봉(1월 31일) 5일 차에 관객 수 3만 명을 돌파하며 예술영화 분야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다.
영화는 애호가들 사이에 입소문 난 기대작이었다. 칸 영화제뿐 아니라 미국 골든글로브 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데다 현재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다섯 부문 후보에 오르며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을 연출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이번 영화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 번째 여성 감독이 됐다.
영화는 남편의 추락사를 두고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와 이를 목격한 시각장애인 아들을 둘러싸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법정 드라마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결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다 보니 후기가 활발하게 올라오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관객이 모이고 있어 연휴에 5만 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신작 겸 은퇴작 ‘나의 올드 오크’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나의 올드 오크는 영국 북동부 폐광촌에서 오래된 펍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와 마을에 찾아온 이민자 소녀 ‘야라’의 우정을 그렸다. 배경은 영국 북부 최대 광산 도시였던 더럼,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슬럼화된 곳이다. 이 도시의 빈집에 시리아 난민들이 입주하게 되자 주민들은 인종차별적 언행과 혐오를 일삼고, 난민들을 내쫓으려고 한다. TJ와 야라는 증오 대신 도움의 손길을 택하고, 이들의 온기는 마을 전체를 연대의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극장 관객이 돌아오고, 몇몇 영화가 시장에서 잘 버티면서 다른 예술영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조금씩 기회가 열리는 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다은/안시욱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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