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도 열외 없다…스파르타 K골프 전지훈련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2.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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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 진행
스윙교정·빈스윙 연습 등 소화
한국 선수들 연이은 맹활약에
해외서도 부정적 인식 사라져
퍼트·트레이닝 등 전문가 상주
한 장소에서 모든 훈련 가능
성적 내고 싶은 해외 선수들
한국인 지도자 캠프 합류해
김기환 스윙코치에게 지도받고 있는 선수들이 전지훈련 기간에 빈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 선수들이 PGA 투어와 LPGA 투어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식 전지훈련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기환 스윙코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골프 문화가 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달 이상 합숙하며 진행되는 전지훈련이다. 한국 지도자들과 선수들 사이에서는 ‘전지훈련에서 흘린 땀의 양이 다음 시즌 성적을 결정한다’는 게 진리로 통한다. 그만큼 한국 골프계에서는 전지훈련의 중요성이 엄청나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추워 연습하기 어려운 12월부터 2월까지 전지훈련을 떠난다. 태국과 베트남, 미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이 전지훈련을 위해 많이 찾는 국가다.

한국식 전지훈련은 예년과 변함없이 새벽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스파르타식으로 진행된다. 휴식일은 주 1회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전지훈련의 강도는 엄청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식 전지훈련을 바라보는 해외 골프인들의 시선은 좋지 않았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비시즌에 몸을 혹사시켜 부상 등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임성재와 김주형, 고진영, 김효주 등 한국식 전지훈련을 받고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미 2022년부터 해외 국적 선수들의 전지훈련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영국, 태국 등 해외 국적을 갖고 있는 여러 선수들이 올해 한국 지도자가 진행하는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했다.

아띠윗 쩬와타나논은 이시우 스윙코치 전지훈련 캠프에 합류해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시우 스윙코치
한국식 전지훈련을 경험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는 아띠윗 쩬와타나논(태국)이다. 2019년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이자 한때 남자골프 세계랭킹 38위에 이름을 올렸던 실력자다. 현재 386위까지 순위가 추락한 그는 부활을 위해 이시우 스윙코치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고진영과 박현경, 김수지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연습하고 있는 쩬와타나논은 상상 이상으로 높은 훈련 강도에 깜짝 놀랐다. 새벽 5시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18홀 라운드, 샷과 퍼트 연습, 웨이트트레이닝, 빈스윙 연습까지 빼곡하게 채워진 하루 일정표를 모든 선수가 주 6회씩 소화하고 있어서다.

쩬와타나논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였던 고진영을 포함해 전지훈련을 온 프로 골퍼들이 이렇게 열심히 연습할 줄 몰랐다. 함께 훈련해보니 한국 선수들이 매년 겨울 발전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며 “골프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다. 시즌 때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연습량이 많은 만큼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전지훈련의 특징은 함께 하는 모든 선수가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다. 이시우 스윙코치는 “LPGA 투어 우승자와 PGA 투어 우승자라고 해서 훈련 강도가 약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이곳에 온 만큼 모두가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며 “해외 선수라고 해서 봐주는 건 없다. 쩬와타나논 역시 같은 숙소에서 지내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지도자들의 실력이 높아진 것도 해외 선수들이 한국식 전지훈련에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럽 국적의 한 선수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 한국 지도자에게 레슨을 받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남다른 경쟁력을 보인 뒤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시즌 중에 한국으로 넘어가 레슨을 받기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 한국인 지도자가 진행하는 전지훈련에 관심을 보이거나 합류하는 해외 선수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과거와 다르게 트레이닝, 퍼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합류해 전지훈련이 체계적으로 바뀐 것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다. 미국 대학 골프팀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전지훈련을 보면 웬만한 유럽 등 국가대표팀보다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며 “한곳에서 스윙, 쇼트 게임, 체력 훈련 등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력이 뛰어난 한국 지도자들에게 배울 수 있고 시간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한국식 전지훈련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선수들을 사로잡은 한국인 지도자들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레슨을 받아본 해외 국적의 선수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서 각 선수에 맞춰 레슨을 지도하는 방법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딱 정해진 레슨 시간 외에도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국인 지도자만의 특징이다. 중동에서 한국으로 골프 유학을 온 한 선수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유명 지도자가 딱 정해진 시간에만 레슨을 해준다. 그러나 한국인 지도자들은 레슨 외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서는 특별함이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한국 지도자가 진행하는 전지훈련은 트레이닝, 퍼트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합류해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선수들이 라운드에 앞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김기환 스윙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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