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사진 속 그 시절 설날…‘즐거움’만은 그대로 [만리재사진첩]

김명진 기자 2024. 2.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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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설이 양력 1월 1일로 바뀌었고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설날은 억압을 받았다.

이승만 정권은 설날은 명절로 지정하지 않고 양력 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설날'을 설날이라고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어색한 상황이 바뀐 건 노태우 정권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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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16년 2월 5일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서부시장 안 한복 집의 유리문 너머에서 가게 주인 김영희(82)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설을 쇠러 내려온 아들 이화진(53)씨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일제강점기에 설이 양력 1월 1일로 바뀌었고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정책’에 의해 설날은 억압을 받았다. 설을 구정(舊正)이라 부르며 양력 1월 1일인 신정(新正)보다 낙후된 전근대적인 전통으로 치부했다. 일본은 명절 무렵 떡방앗간을 폐쇄하고 새 옷을 입은 어린이들에게 먹칠하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승만 정권은 설날은 명절로 지정하지 않고 양력 1월 1일부터 3일까지 3일 동안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일제강점기에 이어 이중과세가 지속된 것이다. 설날이 정식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전두환 정권 때이다. 1985년 음력 1월 1일을 ‘민속의 날’이란 이상한 이름의 공휴일로 지정했다. ‘설날’을 설날이라고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어색한 상황이 바뀐 건 노태우 정권 때이다. 1989년 음력 정월 초하루를 본명인 ‘설날’로 하고 3일간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설날이 시대에 따라서 70~80년 가까이 수난을 이어왔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풍습은 바뀌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설이 되면 부모를 찾기 위해 기차와 자동차, 비행기, 배편 등을 이용해 고향을 방문하고 있다. 정식 공휴일로 지정된 90년대 초반은 기차표를 끊기 위해 역대합실에서 날을 새기도 하고 교통체증으로 고속도로 위에서 온종일 보내기도 했다.

1990년 1월 9일 서울 용산역에서 호남선 설날 귀향 열차표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부터 판매한 호남선 설날 열차표를 사기 위해 전날 밤 10시부터 7백여 명의 시민들이 연탄불, 석유곤로 등으로 추위를 피하며 밤을 새웠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4년 설날 귀성표 예매가 시작된 1월 10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승차권을 구매하고 있다. 당시 서울-청주 승차권 요금은 일반 고속버스 2900원, 우등고속 4350원이었다. 2024년 현재 요금은 우등 1만2100원, 프리미엄 1만4100원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휴일을 맞아 설날 귀성인파가 몰린 21일 오후 서울역에서 고향인 전남 곡성에 내려가는 유종길(45)씨가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좌석 뒤 틈새에 서서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4년 2월 10일 설날 귀향 열차표 예매가 시작된 1993년 11월 8일 오전 서울역 광장이 하루 전날인 7일부터 줄을 선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설을 이틀 앞둔 1997년 2월 6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귀성객들이 몰려 북새판을 이루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가족 구성이 바뀌고 차량정체가 심각하게 빚어지면서 고향의 부모가 역귀성을 하는 사례들도 늘어났다.

코로나19는 명절 귀성 모습을 바꾸기도 했다.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코레일은 설 승차권을 창가 좌석만 100% 비대면으로 판매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귀성 수요가 줄어들어 열차표 구하기 전쟁도 사라지기도 했다.

요즘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 귀성길 동행도 증가하고 있다.

2000년 2월 3일 오후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려는 어르신들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자식들에게 전해줄 선물 보따리를 챙기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05년 2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연휴를 맞아 역귀성을 온 한 할머니가 마중 나온 손자를 안고 반가워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설날을 이틀 앞둔 2010년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서울에 사는 자녀들을 찾아 전남 영광에서 역귀성 한 박종영(78), 김일화(76) 부부가 마중 나온 딸과 함께 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16년 2월 5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한 시민이 설을 맞아 진주에서 올라온 손자를 반기며 뺨을 맞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0년 2월 3일 오후 엄마와 함께 귀성길에 오른 한 어린이가 서울역 광장에서 마스코트 복장을 한 경찰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터넷 국제전화서비스업체인 인퍼텔이 2001년 1월 21일 설날에도 집에 못 가는 중국동포들을 위해 설치한 영상전화로 중국동포들이 연길시의 가족과 눈물을 흘리며 통화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21년 1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소 전광판에 비대면으로만 승차권 예매를 한다는 ‘2021년 설 승차권 예매 안내’ 문구가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설 연휴 시작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모임 금지 방역 수칙이 유지되는 가운데 2021년 2월 10일 서울역 승강장에선 많은 귀성객이 부모 한 사람과 한 자녀씩 두 명 정도로 고향길에 올라 예년처럼 가족 전체가 한 열차를 타고 고향을 가는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귀성객 류현민(33)씨가 부인을 집에 남겨두고 큰아이 류지안(4)과 단둘이서 고향인 울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설 연휴 시작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모임 금지 방역 수칙이 유지되는 가운데 2021년 2월 10일 서울역 승강장에선 많은 귀성객이 부모 한 사람과 한 자녀씩 두 명 정도로 고향길에 올라 예년처럼 가족 전체가 한 열차를 타고 고향을 가는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귀성객 류현민(33)씨가 부인을 집에 남겨두고 큰아이 류지안(4)과 단둘이서 고향인 울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2001년 1월 21일 서울역에서 뒤늦게 도착한 귀성객들이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 뛰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8년 2월 5일 서울역에서 한 귀성객이 기차를 타기 위해 뛰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2012년 1월 20일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걸린 펼침막에 새해 소원을 적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7년 1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이 귀성객들로 붐비고 있다. 토미(11)가 주인 박현용씨와 함께 부산으로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2022년 1월 28일 서울역 고속철도 승강장에서 한 귀성가족이 반려견과 함께 객차로 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설연휴를 하루 앞둔 2020년 2월 23일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시대가 변해도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길은 즐겁다. 오래간만에 가족끼리 모여 떡국을 먹고 ‘한살’ 더 먹은 서로의 복을 비는 시간은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지난 한해 수고한 독자님들의 귀향길에도 행복이 가득하시길…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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