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남녀가 “세뱃돈 주세요~”…윷놀이 하고 떡국까지 ‘냠냠’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2.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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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0]

올해 2024년에도 어김없이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 찾아왔다. 세상이 팍팍하고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명절만큼은 가족들과 오순도순 모여 얘기를 나누고 정답게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다보면 어느새 즐거워지는 시간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설날에 맞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UAE 세종학당 아부다비와 한국문화원이 올해 설날을 맞이해 한국의 설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설 체험행사를 아부다비에서 개최한 것이다.

보통의 설 체험행사와 차이가 있다면 한국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현지 UAE 주민(에미라티)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현지인들에게 이러한 한국의 설날 행사는 또 다른 체험 활동이자 한국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다.

설 체험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현지인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현지인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한정된 공간으로 인해 추첨을 해서 선발된 50여명의 UAE 시민과 약 30여명의 한국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행사는 류제승 주아랍에미리트 대사의 축사로 시작됐다. 류 대사는 “한국에서는 설날이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께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받는다”며 “또한 설날에 떡국을 먹고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어린이들이 무대 위에서 류대사에게 세배를 하고 있다.
이날의 백미는 축사가 끝나고 직접 한국의 어린이들과 UAE 현지인들이 무대 위에서 류대사에게 세배를 한 것이었다. 특히 한복을 입은 꼬마 어린이들이 엉거주춤 류 대사에게 세배를 하자 객석에서 모두 웃음이 터졌으며, 류대사는 그들 모두에게 세뱃돈 봉투를 주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줬다.
한국의 설날과 UAE의 이드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하는 에미라티 여성인 클루드 씨. 그는 낮에는 과학교사지만 저녁에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
UAE에도 한국의 설과 비슷한 명절이 있을까. 에미라티 여성 클루드 씨(24)는 “UAE에도 한국의 설과 비슷한 휴일인 ‘이드(Eid)’라는 것이 있다. 설날·추석이란 큰 명절이 2개 있는 것도 같다. 이는 UAE뿐만 아니라 모든 무슬림들이 축하하는 휴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드에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나이 많은 일가친척 분을 만나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한국이랑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인과 UAE인이 오손도손 모여 윷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
이날 참가자들은 제기차기 단체게임을 하고 조를 짜서 윷놀이를 하는 등 한국 전통 게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제기차기가 익숙치 않았는지 대부분은 1~2개에서 멈췄으나, 한 운동신경이 좋은 UAE 남성이 10개 이상을 차자 주변에서 감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설에 떡국이 빠질 순 없는 법. 에미라티들은 입을 호호 불면서 아직은 뜨거운 떡국을 먹으면서 한층 더 한국 문화에 흠뻑 빠졌다. 영어로 Ricecake이라고 불리는 ‘떡’은 그 찐득한 감촉으로 인해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호불호의 대상이기도 한 게 사실이다.

이들은 어땠을까. 행사에 참여한 루자인(23) 씨는 “사실 한국의 떡볶이를 좋아해서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떡의 감촉이나 맛에 익숙하다”며 “쇠고기와 떡의 맛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맛있게 먹다보니 벌써 배가 부르는 것만 같다“며 흡족해 했다.

에미라티 여성 야만 알브둘리 씨가 한국 설날의 의미와 전통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걸 보면 세부적인 것은 차이가 있어도 서로 바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만나기 힘든 가족 친지와 함께 서로의 삶에 대해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그 의미를 되새긴다는 본질은 세상 어디를 가나 비슷한 것 같다. 한 참가자에게 오늘 참여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는 서로를 포용하는 풍부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편안함과 소속감을 주는 것 같아요”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다른 나라의 전통을 배우려는 관용이 바로 설날의 정신이 아닐까.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를 기념하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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