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9%만 국산 … 공급망 위험신호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2.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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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사용을 등록한 원료의약품 가운데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30%가량 가격이 낮은 인도와 중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특히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들어오는 제품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점도 국산 비중 하락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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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등록 488건 중 44건
처음으로 10% 아래로
의약품 수급불안 올 수도
인도산 227건 절반 육박
美도 바이오자급화 추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사용을 등록한 원료의약품 가운데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인도와 중국산 원료의약품 공세에 밀려 국산 원료의약품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원료의약품 등록(DMF) 건수 488건 가운데 국산은 44건으로 집계됐다. 국산 DMF 비중은 9%를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DMF 제도는 신약의 원료의약품 또는 식약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원료의약품을 제조해 판매하려는 경우 성분·명칭·제조 방법 등을 등록하는 제도다.

국산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진 건 DMF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2010년만 해도 국산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웃돌았지만 이후 서서히 낮아지며 결국 10% 선이 무너졌다.

국산 원료의약품의 자리를 채운 건 저렴한 인도·중국산 제품이다. 지난해 전체 DMF 건수 488건 가운데 인도산은 227건, 중국산은 110건을 차지했다. 두 국가에서 들어온 원료의약품 비중이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 밖에 △이탈리아 18건 △프랑스·대만 각 12건 △스페인·미국 각 8건 △스위스·일본 각 7건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30%가량 가격이 낮은 인도와 중국산 원료의약품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며 "특히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심화하면서 이들 지역에서 들어오는 제품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점도 국산 비중 하락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인도의 상승세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30%에 미치지 못했던 인도의 비중이 최근 들어서는 절반에 육박한다.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지만 인도산 원료의약품의 등록 건수는 중국을 압도한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에는 원료의약품 제조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인도는 제네릭의약품 주원료의 70%를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를 원료의약품에도 적용했다. 인도에서 제조되는 제품의 매출 증가분과 투자의 일정 비율을 최장 6년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도 내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도 원료의약품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오 제조 강화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에 미국 원료의약품혁신센터는 '5년 내에 모든 저분자 원료의약품의 25%를 미국으로 리쇼어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낮은 원료의약품 자급률과 해외 의존도 심화로 의약품 수급 불안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국산 원료의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미흡하다"며 "국산 원료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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