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해 업무 기조도 ‘규제 완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지정 기준을 완화해 규제 적용 대상을 줄인다.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은 추진하되 핵심 조항인 ‘지배적사업자 사전지정’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공정위도 이어가는 모양새다 .
공정위는 8일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민생·혁신 지원하는 공정한 시장경제’을 내세웠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안정적 거래기반 구축, 역동경제를 뒷받침하는 공정거래질서 확립, 소비자 권익이 보장되는 환경 조성, 대기업집단 제도의 합리적 운영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건설업계 하도급 갑질을 막기 위한 부당특약 효력 무효화, 납품업체 판촉비 부당 전가를 방지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신설 등 민생 관련 과제가 추진된다.
이 외에 기업 규제 완화 기조가 두드러진다. 공정위는 올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자산총액 5조원 이상’에서 ‘GDP(명목 국내총생산)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각종 공시의무를 대기업에 부과하는 제도다. 기준 완화를 통해 대기업업집단에서 제외된 기업은 계열사 간 주식 소유현황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난다.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도 완화환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금융·보험사가 핀테크 등 금융 밀접업종 영위회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다.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법 제정은 전면 재검토된다. 이날 업무추진계획에서 공정위는 “스타트업·소상공인·소비자들의 부담을 야기하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보다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한다”며 “국내·외 업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정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학계·전문가 등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규율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그간 강조해온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사업자 지정제도’는 법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법 애초 입법 취지가 퇴색된 껍데기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플랫폼 독과점 기업들의 횡포에 중소상인과 플랫폼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플랫폼 대기업들의 눈치만 보며 최소한의 법제도 마련에도 주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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