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보다 다이소 찾는 외국 관광객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2.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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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뷰티 매장인 올리브영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와서 보니 미국보다 훨씬 더 저렴해서 좋았어요. 한국의 보디워시와 화장품을 저렴하게 사 가려고요."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1인당 면세 소비액을 살펴본 결과 매출을 떠받치던 중국 보따리상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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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고가 화장품 소비 급감
SNS '韓 관광 필수코스'
올리브영·편의점 방문 늘어
가성비 생활용품에 지갑 열어
국내 올리브영 매장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 명동타운점에서 외국인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효석 기자

"미국에서 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뷰티 매장인 올리브영을 알게 됐어요. 실제로 와서 보니 미국보다 훨씬 더 저렴해서 좋았어요. 한국의 보디워시와 화장품을 저렴하게 사 가려고요."

지난달 서울 중구 소재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에서 만난 미국인 그레이스 양(16)은 관광 중 올리브영에 방문하게 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방문한 명동타운점 1층 마스크팩 구역에서는 외국인 10~20명이 멈춰 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었다. 명동타운점의 하루 평균 방문객 수는 약 3000명, 방문객의 90%는 외국인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행태가 바뀌면서 기업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이 면세점 대신 저렴하게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기 때문이다. 면세점이 고가 명품과 화장품을 구매하던 중국 보따리상의 공백과 단체관광객의 더딘 회복에 고전하고 있다. 반면 다이소·편의점·올리브영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한국 관광 필수 코스'로 거론되면서 외국인 가성비 소비의 수혜를 누리는 모양새다.

8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국인 1인당 면세 소비액을 살펴본 결과 매출을 떠받치던 중국 보따리상과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외국인 1인당 면세 소비액은 2019년 104만원에서 관광이 어려워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보따리상이 늘면서 2021년 2555만원까지 뛰었다. 그러다 2022년 1049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43만원까지 주저앉았다. 외국인들이 면세점에서 예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가성비 있게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쇼핑 채널은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의 내수 소비에만 의존했던 다이소의 외국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 매출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2년에도 300%가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도 130% 늘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명동본점·명동역점 고객의 절반 이상은 항상 외국인일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내국인들의 전유물이던 편의점도 외국인 관광객이 저렴하게 쇼핑을 즐기는 장소로 등극했다. 한국 인기 유튜버들의 '먹방' 콘텐츠에 등장하는 컵라면, 디저트, 음료, 스낵 등을 구매하기 위한 외국인들 소비가 늘고 있어서다. 편의점 GS25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위챗페이·알리페이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패턴이 바뀌면서 큰 수혜를 보고 있는 또 하나의 업체는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2년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10%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엔 660% 늘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외국인의 화장품 구매처가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중저가 중소기업 브랜드로 바뀌었다"며 "이를 대표하는 채널인 올리브영이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면세점 소비는 감소하고 가성비 위주의 소비가 늘어나는 건 달라진 외국인의 소비 경향이 반영된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방한 중국관광 트렌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목적에서 쇼핑 비중이 2019년 95.1%에서 2023년 68.2%로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더 오른 한국 물가도 외국인의 가성비 소비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로, 아시아 지역 물가 상승률인 3.5%를 웃돌았다.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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