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출생 대책에 정작 아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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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총선을 앞두고 나란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돈과 집을 주면 부모나 아이의 삶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낳을 것이라 기대하는 정치권의 시선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겹쳐 쓴맛이 든다.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이면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 마련부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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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총선을 앞두고 나란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아동수당을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를 높인다는 선심성 대책이 가득하다. 도대체 저 돈을 다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지 재원에 대한 걱정도 걱정이지만 무언가 헛헛한 기분이 든다. 충치 치료를 하는데 핵심은 놔두고 주변부만 계속 긁어서 멀쩡한 치아를 축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스 신화에 보면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가 나온다. 그가 사는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는데 그는 행인을 잡아 침대에 눕혀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어 길이를 맞추고,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늘려 맞추었다고 한다. 돈과 집을 주면 부모나 아이의 삶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낳을 것이라 기대하는 정치권의 시선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겹쳐 쓴맛이 든다. 자녀 출생 수에 따라 대출 이자를 감면하고 공공임대를 제공하는 제도 등에는 연속성이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다음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월 20만원의 아동수당이면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는 "경쟁감이 높은 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생존본능이 극대화된 결과"라고 말하며 "성공에 대한 기준이 획일적이고 경쟁도 치열해서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경쟁감이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저출산은 결과다.
몇 십만원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다. 너무 빨리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회 안전망도 없는 대한민국에서 내 인생도 불안한데 아이의 인생까지 혼란에 밀어 넣을까봐 두렵다. 어느 정치인의 말대로 붕어, 개구리, 가재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아서 유일한 성공 공식이었던 공부에 매달린다. 갈수록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믿을 수 없는 부모들은 노후자금을 헐어 사교육에 기댄다. 하지만 그 공부의 문은 더 좁아져 가고 부모도 아이도 혼란스럽다. 부모의 노후자금을 헐어 자란 청년들은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나의 미래도 불안한데 아이를 낳으라는 정치권의 말은 공염불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입된 저출산 예산이 무려 332조원에 달하는데도 합계 출산율이 나빠진 이유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 반려견과 함께 지방에 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는 여행 내내 "죄송합니다"를 달고 다녔다고 하는데, 강아지를 보는 사람마다 결혼해서 아이나 낳지 강아지나 끼고 다닌다고 한소리들을 했다고 한다. 우리 청년들은 아이를 낳는 도구가 아니다. 공공임대 이전에 건전한 청년 일자리 마련이 우선이다. 아동수당 이전에 다양성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한 가지 성공 공식만 있는 세상에는 끝이 없는 경쟁만 있을 뿐이다. 성공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나의 재능과 강점을 발휘해서 여러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려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먼저 태어난 아이들이 우선이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잘 자라야 새로운 아이들도 태어날 수 있다. 저출생 대책의 핵심은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 마련부터가 아닐까.
[박소연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교수] '강점으로 키워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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